특파원 리포트

"이런 통관검사는 처음"

장성택 처형 이후 교역 '싸늘'
한국 제품 반입 사실상 중단
대북사업가도 거의 사라져…5000명 넘던 한인, 1000명 안돼

중국 무역상 큰 타격
거래대금 1억위안 떼인 곳도
'김정은 작품' 마식령스키장 건설자금도 안 갚을 정도

단둥=김태완 twkim@hankyung.com
< 산책 나온 北 주민 > 지난 15일 북한 쪽 압록강변에 산책 나온 한 북한 주민이 자전거를 세우고 있다. 태양절(김일성 생일)인 이날 압록강변에서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북한 주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김태완 특파원

< 산책 나온 北 주민 > 지난 15일 북한 쪽 압록강변에 산책 나온 한 북한 주민이 자전거를 세우고 있다. 태양절(김일성 생일)인 이날 압록강변에서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북한 주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김태완 특파원

“100위안만 내면 북한 사람들 옆까지 갈 수 있어요. 오늘은 태양절(김일성 생일)이어서 사람들이 많아요.”

[긴장 안풀린 北·中 접경지 단둥 가보니] "눈감아주던 한국산 제품 이 잡듯 뒤져"

지난 15일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 있는 압록강 단교(斷橋) 앞. 유람선을 타려고 강가로 나오자 여기저기서 자신들의 배를 타라며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이 몰려들었다. 강 건너편에 있는 북한 신의주에는 개나리꽃이 노랗게 피었고 태양절을 맞아 산책 나온 주민들이 유난히 많이 눈에 띄었다. 단둥에 있는 북한 주민들은 이날 영사관 주최로 랴오닝학원 대운동장에서 체육대회를 열었다.

그러나 한가로워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단둥은 지난해 말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처형 이후 긴장된 분위기가 전혀 풀리지 않았다. 북한으로 소환됐던 무역상들은 상당수 복귀하지 못했고, 이들에게 무역대금을 떼인 중국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북한 당국이 수입 물품에 대해 통관검사를 강화하면서 북·중 간 교역도 계속 위축되고 있다.

○무역대금 떼인 중국기업 속출

[긴장 안풀린 北·中 접경지 단둥 가보니] "눈감아주던 한국산 제품 이 잡듯 뒤져"

북한 신의주와 단둥을 잇는 북중우의교에는 중국에서 싣고 간 물자를 북한에 내려놓고 돌아오는 빈 트럭의 행렬이 꼬리를 물고 있었다. 단둥의 대북 소식통들은 북한의 통관검사가 강화되면서 한국산 물품의 북한 반입이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북한에서는 한국산 제품의 수입이 불법이지만 상표 등을 떼면 관행적으로 수입을 눈감아줬다. 그러나 최근엔 세관에서 이 잡듯이 한국산 제품을 골라내면서 사실상 반입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에서 한국산 제품을 파는 한 도매상은 “북한 상인들이 물건을 사고도 반입을 못하자 가게에 맡기고 귀국했다”며 “북한 장마당(시장)도 크게 위축됐다고 한다”고 말했다.

북·중 교역도 큰 타격을 받았다. 단둥에서는 10여년간 대북 사업계 큰손으로 통하던 H그룹이 북한 승리무역에 돈만 주고 물품을 받지 못해 큰 손실을 입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한 관계자는 “알려진 피해액은 6000만위안이지만 실제로는 1억위안이 넘을 수 있다”며 “대북 사업자들 사이에서 북한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고 말했다.

승리무역은 장성택의 핵심 측근이었던 장수길 행정부 부부장이 대표를 맡고 있던 회사다. 북한의 주력 수출품인 무연탄과 수산물 등을 거의 독점하던 이 회사는 장성택과 장수길이 사형을 당하면서 사실상 모든 활동을 중단했다.

승리무역과 거래하다 거액을 받지 못한 한 중국인 무역상은 “북한에는 관행적으로 선불금을 줘왔는데 장성택이 처형된 후 북한이 돈만 받고 물건을 보내지 않고 있다”며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직접 관여한 마식령 스키장의 해외 투자금도 아직 갚지 않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말 장성택을 처형하면서 그의 죄목 중 하나로 “귀중한 지하자원을 (외국 기업에) 멋대로 팔았다”고 적시했다.

이에 대해 한 대북 소식통은 “당시 문제가 된 외국 기업은 웨이하이에 있는 J그룹이며 북한이 이 회사에 빚진 돈이 5000만달러나 된다”고 전했다. 이 회사는 북한으로부터 돈을 받지 못하고 대신 나진의 땅을 50년간 임차했다. 그러나 “개발이 거의 불가능한 땅이어서 실제로는 돈을 뜯긴 셈”이라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단둥 한국인 1000명도 채 안 남아

요즘 단둥 거리에는 한국 사람이 크게 줄었다. 2010년 북한과의 교역을 전면 중단시킨 5·24조치 이후 많은 대북 사업가들이 단둥을 떠났다. 단둥의 한 사업가는 “한때 5000명이 넘었던 단둥의 한국인들이 지금은 1000명도 채 안 남아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들이 차지했던 대북 거래처들은 5·24조치 이후 대부분 중국 기업에 넘어갔다. 한국 기업인들은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업체에 다시 주문을 내는 방식으로 사업을 하고 있지만 원가경쟁력에서 밀리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윤달생 단둥 한국상회 명예회장은 “여기 있는 한국인들은 북한과의 거래가 완전히 끊어지기 전에 빨리 남북 교역이 재개되기를 희망하고 있다”며 “그러나 남북 간 상황을 보면 당분간 쉽지 않을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단둥=김태완 tw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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