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에 6000여명의 병력을 파견한 가운데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전격 방문키로 하는 등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크림반도 주요 군기지에서는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이 대치해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외신들은 2일 러시아군이 크림자치공화국의 수도 심페로폴 외곽 군기지, 세바스토폴 인근의 러시아 흑해함대 주둔지 등을 포위하고 우크라이나군의 항복과 무장해제를 요구하며 대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크림반도 외에 러시아와 가까운 우크라이나 동부에서도 친러시아 시위가 이어지고 있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에 경고를 이어가면서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주요 8개국(G8) 중 러시아를 제외한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이탈리아 캐나다 등 7개국은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보전에 대한 러시아 연방의 명백한 침해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또 이들 7개국은 러시아의 행동이 “G8이 의미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때까지 오는 6월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G8 정상회의 준비를 유보하겠다”고 압박했다.

러시아에 대한 일부 정상들의 비난도 이어지고 있다. 존 키 뉴질랜드 총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병력을 파견한 데 대한 항의의 표시로 러시아와의 자유무역 협상을 일시 중단하겠다고 3일 밝혔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다음달 7일 소치에서 개막하는 장애인올림픽에 영국 장관들의 불참 의사를 밝혔다.

이 같은 움직임과는 별개로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WSJ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가 이끄는 진상조사기구 및 연락기구를 설치하자는 제안을 수용했다고 보도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