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테러 피해자 13명 2차 귀국…휠체어 타고나와

"대부분 다리에 파편 부상…일부는 수술 시급"

이집트 성지순례 도중 폭탄 테러를 당한 충북 진천 중앙장로교회 신도 일부가 전날에 이어 20일 2차로 귀국했다.

신도 13명은 전날 오후 이집트 카이로 공항에서 출발해 아부다비를 거쳐 이날 오전 11시 43분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귀국자는 김동환·김영철·김진선·유정숙·문희정·이광옥·안삼예·추순식·오승옥·이순남·이윤옥·정강남·최정례씨다.

이로써 지금까지 신도 총 30명 가운데 28명이 귀국했다.

부상이 비교적 경미한 나머지 신도 2명은 이날 오후 1시 45분께 베이징을 거치는 항공편을 이용해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이날 귀국한 신도들은 대부분 다리에 폭탄 파편이 박혀있어 전날 귀국자들보다 부상 정도가 심한 이들이다.

몸이 불편한 이들은 비행기가 착륙하고 30여 분이 지나서야 공항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에 몸을 실은 채 1명씩 차례대로 게이트에 모습을 나타냈다.

대다수는 다리에 깁스하거나 얼굴과 팔 등에 반창고를 붙인 상태였으며 마스크를 쓰거나 모자를 뒤집어써 얼굴을 최대한 가린 채 서둘러 게이트 밖으로 이동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부상 정도가 심한 한 여신도는 휠체어를 타고 나오다 고통을 호소해 도중에 들것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지친 기색이 역력한 이들은 아직도 테러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

신원을 밝히길 거부한 한 50대 여신도는 "현지 병원이 약이 많이 부족해 우리나라보다 치료가 미흡했지만 그래도 잘 대해줬다"고 말했다.

이 여신도는 "나는 상태가 많이 나아져서 왔지만 다리가 부러졌는데 수술을 못해 피를 계속 흘리는 상태로 오신 분도 계시다"며 안타까워했다.

직접적으로 테러 피해를 당해 발가락을 절단한 김동환 목사는 양다리에 깁스를 한 채 귀국했다.

김 목사는 '치료나 수술은 잘 받았나', '몸 다른 곳은 괜찮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힘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신도들과 동행한 외교부 직원은 "일부 부상자 중에는 수술이 바로 필요한 분들이 있다"며 "다리에 파편이 많이 박혔는데 큰 파편은 제거했지만 잔편이 남아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 직원은 "버스 의자가 방어막 역할을 하면서 신도들 상체보다는 다리에 폭탄 파편이 집중됐다"며 "사실상 방어막이 없었던 앞좌석 신도들이 숨졌다"고 했다.

이어 "현지 의료수준이 열악했던 것 같다"며 "수술을 빨리 받고 싶다고 한 분들이 있어서 귀국 일정을 하루 앞당겼다"고 덧붙였다.

부상자들은 몸 상태를 고려해 입국장을 거치지 않고 게이트에서 별도 엘리베이터를 이용, 보안초소를 통과한 뒤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부상자들은 가족의 뜻에 따라 서울아산병원과 서울대병원으로 분산돼 치료를 받게 된다.

사고 당시 테러범을 온몸으로 막아 희생자를 줄이고 숨진 현지 가이드 제진수(56)씨의 시신도 이날 고국 땅을 밟는다.

제씨 시신은 유족들과 함께 두바이를 거쳐 이날 오후 4시 45분께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운구차량을 통해 빈소가 마련될 서울 삼성의료원 장례식장으로 옮겨진다.

제씨는 테러범이 버스 계단에 한 발 들이는 순간 밀쳐내 희생자를 최소화했지만 정작 본인은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영종도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bry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