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 밝혀…"선출직 주의회가 교과서 손대도 되나"

미국 버지니아주(州) 의회가 교과서에 일본해와 동해를 병기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유력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이러한 입법행위의 적절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번 법안이 한국과 일본의 대결 속에 상원과 하원 소위를 통과한 데 이어 하원 상임위와 본회의 관문을 앞둔 가운데 나온 주장이어서 주목된다.

WP는 3일(현지시간) '버지니아의 교과서 정치'(Virginia's textbook politics) 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진화든, 기후 변화든, 일본과 한국 사이에 가로놓인 바다에 대해서든 간에 선출직 공무원들이 교과서에 실리는 지도나 수업계획을 작성해야 하는지에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신문은 선거 유세 과정에서 '동해병기'를 지지한다고 공약했던 신임 테리 매콜리프(민주) 주지사가 이제는 주요 투자국인 일본의 반대에 직면하면서 '난처한 처지'가 됐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지난 1915년 오스만제국 당시 벌어진 아르메니아인 대학살 문제를 둘러싸고 터키와 아르메니아가 캘리포니아 주의회에서 벌이는 로비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이 모든 것은 '주 입법기관은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를 집필하기에 최선의 장소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시사점을 이끌어 낸다"고 썼다.

신문은 "우리는 공교육 시스템이 궁극적으로 납세자들에게 부응해야 하며 의원들이 이들 납세자를 대표하고 있음을 이해하지만, 이들이 가르치는 역사는 역사가들이 내리는 최선의 판단에 기반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버지니아에는 한인이 많고 일본인은 매우 적다"는 버지니아주 챕 퍼터슨(민주·페어팩스) 상원의원의 발언을 들면서 "(역사가) 이런 사실에 대한 고려에 기반을 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에서의 일본 제국주의의 역사에 대해 배우는 것은 미국인들에게 이익이 된다"면서 "주의회가 교육부에다 이런 논쟁적인 주제를 포용하고, 토론과 탐구를 고취할 커리큘럼을 집필하라고 지시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kimhyo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