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더 짙어지는 '극우본색'
아베 신조 일본 총리(사진)가 과거사에 관해 역대 내각의 인식을 계승한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의도적으로 일본의 식민지배와 침략을 인정한 부분은 제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31일 열린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을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인정하느냐’는 오카다 가쓰야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우리나라(일본)는 일찍이 많은 나라 특히 아시아 국가의 국민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안겨줬다”며 “그런 인식에 대해서는 아베 내각도 마찬가지며 그간의 역대 내각의 방침을 계속 이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아베의 답변은 무라야마 담화의 원문에서 ‘식민지배와 침략으로’라는 대목만 쏙 뺀 것이다.

오카다 의원이 “총리가 식민지배와 침략에 관한 부분을 의도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며 관련 내용을 계속 질의했지만, 아베 총리는 “침략이나 식민지배를 부인한 적은 한 번도 없다”는 말로 질문의 요지를 비켜갔다. 아베 총리는 네 번이나 같은 답변을 하면서도 ‘식민지배와 침략’이라는 문구는 끝내 언급하지 않았다.

아베의 이 같은 극우 행보에 대해 일본 정계 내부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1995년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한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는 도쿄에서 열린 사민당 회합에서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왜 나쁜 일이 될 것을 알면서도 참배를 강행하는가’라는 생각이 들어 무척 화가 났다”며 “본인의 기분을 만족시키기 위해 나라를 파는 총리가 있을 수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