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는 태국 정부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수라퐁 토위착차이쿤 태국 부총리는 21일(현지시간) “방콕 셧다운(사회 일시정지) 시위로 인해 공무원들이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의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국가 비상사태 선포를 결정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22일 발효해 수도 방콕과 인근 지역에 60일간 적용될 예정이다.

수라퐁 부총리는 “이번 결정은 혼란과 분열을 조장해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세력들이 법을 지키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비상사태 선포에 따른 세부 조치는 22일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가 비상사태 선포는 일반적으로 치안 당국에 영장 없이 용의자를 체포할 권리와 언론에 대한 검열, 결사의 자유 제한 등을 포함한다”고 보도했다. 파라돈 파타나타부트 태국 국가안전보장회의(SNC) 사무총장은 “시위대의 행진을 막기 위해 이미 충분한 경찰과 군 병력이 배치됐다”고 말했다.

이번 비상사태 선포는 지난 17일과 19일 반정부 시위대 인근에서 잇따라 폭탄테러가 발생하며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결정됐다. 지난 13일 ‘방콕 셧다운’에 돌입한 시위대는 정부 청사 봉쇄에 나섰지만 세력이 점차 줄어들며 동력을 잃고 있었다. 그러나 잇따른 테러로 1명이 숨지고 60여명이 부상당한 데 이어 총격전까지 발생하고 있다.

태국 반정부 시위는 잉락 친나왓 총리가 친오빠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사면을 위한 법안을 마련하면서 발발했다. 잉락 총리는 시위대의 계속된 퇴진 압박에 정면 대응해 지난달 9일 의회를 해산하고 다음달 2일 조기 총선을 결정했다. 탁신 전 총리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던 군부는 아직 개입할 뜻이 없다며 신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