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차 연구원 WP 기고…동맹 조율·위기관리체제 구축 등 조언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가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중시'(pivot to asia) 정책에 중대한 도전으로 떠올랐으나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국 유력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연구원은 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실린 기고문에서 "중국의 이번 조치는 미국을 상대로 아시아에서 자신들의 영향력 확대를 인정하라고 압박하려는 것"이라면서 "이런 점에 서는 미국이 이기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차 연구원은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가 이번 도전에 적절하게 대응한다면 오히려 기회로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장기적 목표는 아시아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실추시키는 데 있겠지만 일방적인 방공식별구역 선포는 이웃국가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미국의 리더십이 더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다만 미국이 "이번 도전을 성과로 만들기(make lemonade out of this lemon) 위해서는" 신중하고도 과감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차 연구원은 우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양대 동맹이지만 과거사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한·일 양국과 함께 조율된 대응방식과 메시지를 만들어야 하며, 이를 위한 미국 정부의 적절한 중재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중재에 실패해 한국과 일본이 각자의 방식으로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에 대응한다면 중국의 이른바 '분할정복전략'이 성공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또 중국이 동중국해에 이어 남중국해나 황해에 추가로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할 경우 미국 정부는 군사 훈련·작전의 강도를 유지 혹은 확대하면서 역내 평화와 안정에 대한 의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이번 논란을 계기로 중국에 대해 한·미·중·일 4국으로 구성되는 '위기관리체계' 출범을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국장을 지냈던 차 연구원은 "최근 중국의 '힘자랑'은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정책을 더 환영받게 만들었다"면서 "중국은 방공식별구역 논란에서는 이길지 모르지만 미국이 적절하게 대응한다면 장기적으로 리더십 경쟁에서는 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연합뉴스) 이승관 특파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