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통한 해결'이란 포괄적 차원서의 입장 교환 관측
시진핑 "신형대국관계"…바이든 "새 협력, 신뢰가 기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4일 베이징에서 만났지만 동북아시아 최대 현안으로 부상한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문제에 대해서는 명시적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세계평화와 지역의 안정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거론하며 사실상 원론적인 수준에서 양측의 입장을 교환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오후 바이든 부통령과 만나 자리에서 6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이뤄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거론한 '신형 대국' 관계를 언급하며 바이든 부통령의 이번 방중이 양국의 신뢰와 교류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계가 복잡한 변화를 겪고 있으며 중국과 미국은 두 개의 주요한 경제체제이자 유엔 상임이사국으로서 세계평화와 안정, 그리고 발전을 증진시키기 위한 중요한 의무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화와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우리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하게 올바른 길"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부통령은 중미관계를 '매우 중대한 양자관계'라고 부르며 "'21세기의 진로'에 영향을 미치는 의미심장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주요국가 간의 새로운 협력모델은 궁극적으로 신뢰와 서로의 동기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기초로 삼아야한다"고 강조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홍콩 봉황망은 바이든 부통령이 시 주석에 대해 "솔직해서 신뢰를 증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진정한 변화를 위한 기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과 바이든 부통령의 회동은 예정된 45분을 넘겨 2시간가량 진행됐으며 시 주석이 바이든 부통령을 '라오펑여우'(老朋友·오랜 친구)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초미의 관심사인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문제를 명시적으로 논의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신화통신은 관련 보도에서 방공식별구역에 관한 내용을 전혀 거론하지 않았으며, AP통신은 "방공식별구역 문제에 대한 '공개적 언급'은 없었다"고 보도했다.

이와 달리 교도통신은 중국 국영 CCTV를 인용하는 방식으로 시 주석이 방공식별구역과 관련한 중국입장을 바이든 부통령에게 전달했고 "두 사람이 북한 관련 이슈들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전했다.

교도통신은 또 시 주석이 미중 간의 신형대국 관계를 거론하면서 "상대방의 핵심이익과 주요 관심사항을 존중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양측이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설정 문제를 명시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면 방공식별구역 설정과 관련해 미국 측의 미묘한 입장 변화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바이든 부통령은 중국 도착에 앞서 3∼4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서 중국의 일방적인 현상변경을 시도하는 것을 묵인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하면서도 중일간 위기관리 체제와 대화 채널이 필요하다며 '대화'를 강조한바 있다.

특히 미국 정부는 최근 자국의 민간 항공사에 중국정부에 비행계획을 통보하라고 권유하면서 중국에 대한 민간 항공사의 비행계획 통보를 중단시키는 등 강경하게 대처해온 일본 정부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방공식별구역 문제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생각이 워낙에 강경해 바이든 부통령이 원론적인 입장을 전달하는 수준에서 그칠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는다.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 데일리는 바이든 부통령의 방중 당일 "다시 한번 때를 맞춰 찾아오는 방문자에게 말해 둔다"면서 "상황을 일방적으로 바꾼 것은 일본이다.

중국은 일본의 도발에 대응했을 뿐"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이날 신화통신을 제외한 대다수 중국언론은 시 주석과 바이든 부통령의 회동 관련 내용을 일체 보도하지 않았다.

만약 바이든 부통령이 중국의 반발기류를 감안해 방공식별구역 문제에 대해 말조차 꺼내지 못한 것이라면 앞으로 이 문제를 둘러싼 동북아시아의 긴장 상태는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반면 회담내용이나 분위기로 볼 때 양측이 방공식별구역을 구체적으로 논의하지는 않았다고 해도 포괄적인 선에서 어느정도 의견 접근을 이뤘을 가능성도 있다며 앞으로 관련국 사이에서 대화채널이 가동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바이든 부통령은 5일 중국을 떠나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베이징연합뉴스) 신삼호 이준삼 특파원 ssh@yna.co.krjs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