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태풍] 日銀, 추가 금융완화 시사…엔 하락세 '부채질'
엔화 가치 하락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달러당 100엔대 환율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확산되고 있다.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이른바 ‘옐런 효과’가 나타난 지난달 15일 이후 줄곧 100엔대를 유지하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내정자가 양적완화 정책 지속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엔화 매도세에 불이 붙는 분위기다.

작년 말 아베 신조 정권 출범 이후 엔화 가치가 100엔대를 유지하는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매번 ‘체류 기간’은 짧았다. 지난 5월에 20일간 100엔대를 지속한 것이 가장 길었다. 외환시장에서는 “예전과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목소리가 많다. 지난 세 번과 달리 엔저 국면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다.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의외로 강하다는 인식이 엔저 장기화를 예상하게 하는 첫 번째 요인이다. 여기에 미국의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도 사라졌다. 일본은행도 추가 금융완화 정책 가능성을 내비치며 연일 군불을 때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2일 “(물가상승률이) 순간적으로 2%를 기록하고 바로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면 ‘안정적 지속’ 상태라고 할 수 없다”며 “위험이 드러나면 적절하고 충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상승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즉각 추가 완화 카드를 내놓겠다는 얘기다.

엔화 가치 하락세가 가팔라지면서 일본 증시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수출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도쿄 증시 대표지수인 닛케이225지수는 이날 0.6% 오르며 연중 최고치인 15,749.66을 기록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