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파이브마일 캐피털파트너스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36층 빌딩 ‘10 유니버설 씨티 플라자’를 담보로 발행한 채권에 투자했다. 건물 소유권을 넘겨 받은 뒤 되팔 목적에서다. 1억6400만달러(약 1700억원)짜리 채권 값은 액면가의 88%인 1억4400만달러. 연체 위험이 크고 변제 순위도 밀리는 부실채권이어서 비교적 싼값에 살 수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1월 파이브마일은 뜻밖의 큰 수익을 손에 쥐었다. 부동산 경기 회복에 힘입어 자금조달 여건이 좋아지자 채무자들이 액면금액을 모두 만기 상환했기 때문이다. 채권을 사들인 지 불과 9개월여 만에 14%에 가까운 수익을 올린 것.

제임스 글래스고 파이브마일 포트폴리오매니저는 2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ASK 2013-부동산투자 서밋’에서 이 같은 고수익 기회를 앞으로는 LA 같은 주요 도시보다 다른 지역에서 더 많이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금융위기 이후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많이 회복됐지만 대부분 주요 대도시에 국한됐다”며 “지금은 회복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다른 지역 부실채권에 더 많은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파이브마일에 따르면 미국 상업용 부동산 평균가격은 2007년 고점 대비 최대 40% 폭락했다가 올 상반기까지 낙폭의 절반 정도를 회복했다. 보스턴, 시카고, LA, 뉴욕, 워싱턴 등 주요 도시가 낙폭의 77%를 회복했고 그 외 지역은 아직까지 35%만 회복하는 데 그치고 있다.

200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부동산 사모펀드 콜로니캐피털도 미국과 유럽 부실채권 시장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라고 거들었다. 이 회사의 케빈 트랜클 이사는 “미국엔 현재 1000억달러 이상의 상업용 부동산 관련 부실채권이 남아 있고, 유럽 역시 이 같은 채권이 2000억달러 이상으로 증가하는 등 부동산 분야에 대한 대체투자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일각에서 고평가 논란이 일고 있긴 하지만 역사적으로 미국과 유럽 오피스빌딩 가치는 여전히 매력적인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특히 유럽의 경우 금융위기 때 발행을 크게 늘린 채권이 내년부터 집중적으로 만기를 맞기 시작하면서 매력적인 상품이 쏟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