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문학상이 캐나다 여성 소설가인 앨리스 먼로(82)에게 돌아가면서 한국인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노벨문학상 수상은 작품의 우수성뿐 아니라 작가와 작품의 인지도, 훌륭한 번역이 좌우한다.

프랑스는 세계의 다양한 문학이 소개돼 다른 유럽 국가로 퍼져 나가는 유럽 출판 시장의 관문 역할을 하기 때문에 노벨문학상을 염원하는 한국 문학계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 작가 가운데 노벨상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되는 소설가 황석영이 소설 '바리데기'의 불어판 출간을 계기로 9일(현지시간)부터 프랑스에서 독자와 만남, 현지 언론 인터뷰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또 시인 고은도 지난 5월 프랑스 낭트에서 시낭송회를 열고 현지 독자들과 만나는 등 유럽에서 자신의 시 세계를 알리는 데 열심이다.

프랑스에서 한국 문학이 본격적으로 번역돼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에 들어서부터다.

소설가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사람의 아들', '시인',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 등 전후 한글세대 작가들이 이무렵에 주로 소개됐으며 1994년에는 박경리의 '토지'가 프랑스어로 번역 출간됐다.

2000년에 들어서는 황석영의 '삼포가는 길', '객지', '손님', '무기의 그늘', '오래된 정원', '심청' 등이 잇따라 번역돼 황석영은 이후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한국 작가가 됐다.

2006년 프랑스에서 나온 황석영의 '심청'은 외국 순수소설로는 드물게 8천 부가 팔리기도 했다.

또 조정래의 '태백산맥'과 '아리랑'도 프랑스어로 독자들을 만났으며 김훈의 '칼의 노래'는 프랑스의 세계적 출판사인 갈리마르에서 출간되기도 했다.

2010년 이후에는 김애란의 '달려라 아비'를 비롯해 편혜영, 김중혁 등 1970∼80년대 작가들의 작품들도 소개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국 문학의 프랑스어 번역이 갈 길은 여전히 멀다.

한국번역문학원은 지금까지 30개 언어권에서 800여 권의 출간을 지원해왔지만 1940년대부터 국가적 차원에서 2만여 작품을 번역 출간해온 일본과 비교했을 때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프랑스 대형 서점인 프낙(FNAC)에 일본과 중국 문학작품은 별도 코너가 마련돼 있지만, 한국 문학은 기타 아시아 문학과 함께 묶여 분류되는 등 여전히 푸대접을 받고 있다.

(파리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sungjin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