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동아시아 정상회의 참석도 미지수…아시아 중시 정책 차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연방정부의 셧다운(부분 업무정지) 여파로 내주로 예정됐던 말레이시아, 필리핀 방문을 취소했다.

백악관은 2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이 전날 밤 나지브 라자크 말레이시아 총리와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에게 차례로 전화를 걸어 쿠알라룸푸르와 마닐라 방문 취소에 대한 양해를 구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방문 취소에도 두 국가와의 돈독한 유대 관계는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대신 존 케리 국무장관이 두 국가를 찾아 나지브 총리 및 아키노 대통령과 회담할 계획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6일부터 6박7일 일정으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4개국을 방문해 경제 및 군사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직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및 브루나이에서 열리는 동아시아 정상회의 참석은 취소하지 않았으나 정치권의 셧다운 협상 진행 과정에 따라 일정이 유동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군사 정책인 '아시아 중시'(Asia Pivot) 또는 '아시아 재균형' 전략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가급적 APEC 및 동아시아 정상회의에는 참석해 러시아나 중국 등의 정상과 함께 시리아, 이란, 북한 등 지역 현안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협상 등 당면 이슈를 논의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케이틀린 헤이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정부가 셧다운된 상황에서 해외 방문을 강행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며 "이번 셧다운으로 세계 최대 이머징 마켓으로의 수출 증대와 이 지역에서의 리더십 확보에 차질이 생기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 안보와 경제 번영을 위해 정부 문을 다시 열게 해달라고 의회에 촉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댄 파이퍼 백악관 선임고문은 오바마 대통령이 순방 일정을 진행하길 바라고 있지만 셧다운이 장기화할 경우 일정을 줄이거나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서울연합뉴스) 강의영 특파원 이한승 기자 keykey@yna.co.kr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