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별도 기일 잡아 선고…최소 1∼2주 걸릴 듯
"과거 자백은 정치적 생명 보전 희망 때문"

중국 문화대혁명 이후 최대의 정치 재판으로 불리는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당 서기의 재판 심리가 26일 마무리됐다.

산둥성 지난(濟南)시 중급인민법원은 26일 심리를 마치고 향후 따로 기일을 잡고 선고를 하겠다고 밝혔다.

재판 닷새째인 이날 검찰과 피고인 측은 마지막 변론 기회를 얻었다. 보시라이는 적극적인 목소리로 무죄를 주장했다.

그는 "공소인의 고발은 심각한 억지 논리에 기반을 두고 있다"며 "90권이나 되는 증거 가운데 도대체 나와 관계가 된 게 얼마만큼 인가"라고 물었다.

보시라이는 "우리나라 법률은 억울하고 잘못된 사건 처리를 막으려고 검찰과 법원 간 상호 견제 제도를 뒀다"며 "법원이 검찰 말 만 듣는다면 잘못된 사건 처리가 대량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시간 발언 기회를 얻어 다시 한 번 자신의 모든 혐의를 조목조목 부인했다.

보시라이는 뇌물 수수와 공금 횡령 혐의와 관련, 자신이 직접 돈을 받았다는 검찰 측 공소 사실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아울러 해외 생활비 명목으로 아내 구카이라이(谷開來)와 아들 보과과(薄瓜瓜)에게 돈이 건너간 것이 사실일지라도 자신은 이를 전혀 몰랐으므로 형사 책임을 질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보시라이는 또 아내의 영국인 독살 사건을 은폐하려고 이 사건 재조사를 요구하던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시 공안국장을 독단적으로 해임했다는 직권 남용 혐의도 부인했다.

결백을 주장하는 아내의 말을 믿던 상황에서 잘못된 결정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도덕적 책임과 법적 책임은 엄연히 별개의 문제라는 게 보시라이의 항변 취지다.

보시라이는 왕리쥔이 미국 총영사관에 도주한 진짜 원인이 구카이라이게 품은 연정을 자신에게 들켰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한편 그는 수사 단계에서 자신의 주요 혐의를 인정했다가 재판 단계에 와서 이를 뒤집은 배경도 설명했다.

그는 "검찰이 내 자백서를 자꾸 인용하는데 이는 당시 내 마음속에 여전히 당적을 유지하고 정치적 생명을 보전하고 싶은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반면 검찰은 재판부에 피고인을 엄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검찰은 "피고인의 죄행은 극히 엄중하고 죄를 인정하지도 않고 있어 법정 경감 사유도 없다"며 "필히 법에 따라 엄벌에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우리나라는 사회주의 법치 국가로서 법을 어기면 반드시 처벌받는 것이 법치 국가의 기본 요구"라며 "법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고 어떤 사람도 법률을 넘어서는 특권을 가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내부 합의 절차를 거친 뒤 별도의 기일을 잡고 선고를 할 예정이다. 일반적인 부패 사건은 심리가 종결되고 1∼2주가량 뒤에 선고가 나오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쟁점이 많고 피고인이 이례적으로 혐의 전부에 대해 적극 무죄를 다투고 있어 선고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게다가 유죄 판결이 나올 경우 보시라이가 고급법원에 항소할 가능성도 커 최종심인 2심 결과가 나오려면 해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중국은 3심제를 운영 중인 대다수 나라와 달리 2심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관영 언론은 보시라이 비판에 열을 올리며 동정 여론 차단에 나섰다.

법제일보는 이날 방청객 인터뷰 형식의 기사를 통해 "보시라이의 직권 남용 사실은 명확하고 증거 또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중국 관영 언론이 '불공정 재판'의 비판을 무릅쓰고 선고가 나기 전 장외에서 검찰 지원 사격에 나선 것은 보시라이가 뜻밖에 무죄를 다투면서 중국 국민 사이에서 그의 혐의에 의구심을 갖는 이들이 생겨날 수 있다는 우려를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한 정부 소식통은 "이번 재판을 보면서 보시라이가 역시 만만한 인물이 아니라고 새삼 느꼈다"며 "보시라이는 아주 영리한 재판 전략을 구사했다"고 평가했다.

(베이징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