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군부와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 세력간의 충돌로 1천명 넘게 사망하는 등 심각한 유혈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군부가 내전도 두렵지 않다고 발언하는 등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강경 자세를 보이고 있다.

군부가 이끄는 과도정부의 하젬 엘 베블라위 총리는 시위대 무력 진압 과정에 겨우 수백명이 죽었을 뿐이라고 사태를 축소하면서 내전도 무섭지 않다는 발언을 했다.

베블라위 총리는 20일(현지시간)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내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여러 주, 아마도 여러 달 동안 계속 문제를 겪긴 하겠지만 몇몇 이웃나라에서 본 것과 같은 내전으로 치달을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지난 14일 이집트 정부가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유혈 사태가 벌어진 것과 관련해 또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며 "겨우 수백명이 죽었을 뿐이다.

아마도 1천명에 가까운 숫자일 것이다.

양쪽(정부측과 시위대)에서 많은 희생자가 나왔다"고 말했다.

베블라위 총리는 "중요한 것은 그들(시위대)이 평화적이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진압을 하기 전에 다 들리도록 평화적으로 해산하라고 요구했고, 출구도 있었지만 누구도 책임 있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들(시위대)은 무기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고, 실제로 무기를 사용한 것도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유감이긴 하지만 후회는 없다"고도 했다.

미국이 이집트에 대한 군사 원조를 중단할 경우 "당분간 군대에 상당히 악영향을 줄 것"이라면서도 연간 13억 달러에 이르는 미국의 군사 원조가 없더라도 견딜 수 있다고 자신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국가들은 최근 이집트에 수십억 달러 원조를 약속했다.

그는 또 "(미국과 이집트 사이에) 오해가 있다는 것은 유감"라며 "나는 우리에게 미국이 필요하고, 미국에도 우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블라위 총리는 향후 정치 일정에 대해 "진정 민주적인 정부에 권력을 이양할 것"이라며 "우리는 이행기를 끝내기를 갈망하고 있고, 6∼9개월 사이에 선거를 치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