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P "CIA, 겉으론 60년간 부인해왔으나 내부적으로는 인정"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1953년 8월 19일 이란 쿠데타를 배후조종한 사실을 인정한 문서가 사건 발생 60년 만에 공개됐다고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19일 (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부설 국가안보문서보관소(National Security Archive)는 19일 웹사이트를 통해 CIA 기록담당자가 1970년대 중반에 작성한 CIA 내부 보고서 '이란을 위한 투쟁'의 요약본을 공개했다.

이란 쿠데타에 관한 제3부 '은밀한 행동' 등 이 문서의 대부분은 그동안 비공개상태였다.

국가안보문서보관소는 정보공개절차를 통해 요약본을 입수·공개했다.

CIA는 이 문서에서 "(무함마드) 모사데그 (총리) 내각을 전복시킨 군사 쿠데타는 CIA의 지시하에 수행됐다. 이는 미국 외교 정책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칫하다가는 이란이 소련의 침공에 노출될 수 있다는 위험성 때문에 미국은 'TPAJAX'(이란 쿠데타의 암호명)를 계획·실행했다"고 인정했다.

문서에 따르면 이란 쿠데타 계획은 모사데그 총리를 정치적으로 공격하는 선전 활동, 샤 왕조의 협력 유도, 국회의원 매수, 대중시위 선동 등 여러 단계로 이뤄져 있었다.

미국은 모사데그를 정치적으로 상처 내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1953년 8월 19일 쿠데타를 실행에 옮겼다. 당시 미국과 영국이 배후조종한 쿠데타로 모사데그 총리는 실각했다.

이 사건의 영향으로 이란에서 반미운동이 고조됐고, 급기야 1979년 이란 혁명으로 친미 성향의 팔레비 왕조가 축출되기에 이르렀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개입 사실을 공식 인정하는 등 미국이 이란 쿠데타를 배후조종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번 문서 공개는 지난 60년간 배후조종 사실을 줄기차게 부인해온 CIA조차 내부적으로는 이를 인정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데 의미가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