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의 휴가를 둘러싼 논란은 대통령 제도 자체만큼이나 오래됐다.”

블룸버그통신은 13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여름휴가를 둘러싼 미 정가의 비판 여론에 대해 이렇게 촌평하며 역대 미국 대통령의 휴가를 둘러싼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매사추세츠주 휴양지 마서스 비니어드에서 9일간의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은 스노든 망명 문제를 둘러싼 러시아와의 갈등, 알카에다의 테러 위협 등 국정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한가한 휴가를 즐긴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제34대 대통령은 로드아일랜드 뉴포트에서 휴가를 즐기던 중 아칸소주 리틀락에서 인종차별주의자들이 흑인 학생 9명의 등교를 방해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휴가를 중단하고 워싱턴으로 복귀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2005년 텍사스에서 휴가를 즐기던 중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남부지역을 강타하자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을 타고 현장을 둘러봤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1983년 캘리포니아에서 휴가를 보내다 대한항공 007기가 옛 소련 공군의 공격을 받아 격추된 사건이 발생하자 즉각 휴가를 중단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워싱턴으로 돌아와 미국인 62명을 포함해 269명이 희생당한 사건에 대해 소련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1979년 휴가 중 조지아주의 한 연못에서 낚시를 하다 갑자기 나타난 토끼에 놀란 사실이 언론에 보도돼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당시 워싱턴포스트는 “대통령이 토끼의 공격을 받다”라고 조롱하는 기사를 실었다. 이후 반대 진영은 카터 전 대통령의 나약함을 비판하기 위한 재료로 이 기사를 활용했으며, 이는 결국 카터 전 대통령의 재선 실패로 이어졌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