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입이냐 혼란이냐 양자택일 국면서 선택 여지없어"

이집트 군부에 축출당한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의 찬반세력간 충돌로 이집트 정국이 혼미한 가운데,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이집트 군부의 행동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유엔과 유럽연합(EU), 미국, 러시아가 참여하는 중동평화 4자 회담 특사인 블레어 전 총리는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의 자매지인 일요신문 '옵저버'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이집트 군부는 '개입과 혼란 허용' 가운데 하나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이집트 군부에는 무르시를 축출하고 거리로 나선 무르시 반대파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 이외에는 대안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무르시를 몰아내려고 거리로 나선 1천700만 명의 이집트 시민을 거론하면서 "그것은 어마어마한 권력 현상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무르시 반대파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했다.

그는 "이것(이집트 국민이 무르시를 몰아내려고 시위에 나선 것)은 선거로 정부를 결정하는 관행적인 민주주의 밖에 작동하는 일종의 자유롭고, 민주적인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그것은 소셜 미디어의 강력한 도움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집트 군부의 무르시 축출을 옹호한 블레어 전 총리의 발언은 무르시 찬반세력이 충돌한 `피의 금요일' 사태 직후 나온 것이다.

지난 5일 이집트 곳곳에서 무르시 찬반 세력이 격렬한 투석전과 총격전을 벌여 36명이 사망하고 1천여 명이 부상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특히 블레어 전 총리의 발언은 이집트 군부의 권력 장악에 대해 유보적인 뜻을 취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나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의 접근법과는 다른 것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블레어의 발언은 이집트 군부의 무르시 축출을 '용납할 수 없는 군사 쿠데타'로 여기는 이슬람권 무르시 지지세력의 반발을 불러올 소지가 있어 보인다.

블레어 전 총리는 1997년 영국 총리에 올라 10년간 재직하다가 2007년 고든 브라운 전 총리에게 자리를 내주고 현실 정치에서 물러난 다음 유엔 중동 특사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