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수대 구성, 헬멧·쇠 파이프·방탄 조끼로 무장

축출된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의 지지 세력이 이집트 군부와의 무력충돌을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가 4일 오후(현지시간) 찾은 무르시 지지 세력 최대 집결지인 카이로 나스르시티 라바 광장 주변에는 중무장한 사수대 60여명이 집회 장소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광장에는 무르시 지지세력 수천명이 무르시의 대통령 복귀를 요구하며 사실상 무기한 농성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건장한 체격의 사수대원들은 모두 공사용 헬멧을 쓰고 네모난 강철 방패에 60cm~100cm 길이의 쇠 파이프를 들고 있었다.

일부는 방탄용 조끼를 착용한 상태였다.

이들은 약 10m 간격으로 1,2차 저지선을 만들었고 그 사이에는 철구조물의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있었다.

사수대 인근에는 투석전을 대비하려는 듯 주먹 크기만 한 벽돌 수백 개가 마련돼 있었다.

돌발 상황 시 누구라도 사수대에 쉽게 투입할 수 있도록 주변 바닥엔 철모와 쇠 파이프가 각각 10여개씩 진열돼 있었다.

첫 열의 사수대로 있는 한 청년은 "군인들이나 폭도들의 침입에 대비해 어제부터 24시간 동안 경계를 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집트 군부의 기습 공격을 받았을 때 최소한 집회 장소와 연단을 방어할 시간을 벌기에 충분한 구조였다.

라바 광장에서 본 무르시 지지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긴급 상황이 아닌데도 헬멧을 착용한 채 쇠파이프 또는 각목을 들고 있었다.

한 시위 참가자는 "군인 또는 폭도들의 공격이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최소한의 무기를 항상 들고 다니는 것"이라고 했다.

무르시 지지자 중 다수는 군부와 전면전이라도 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사브리 호스니(37)는 "우리는 무르시 대통령이 복귀할 때까지 이곳에서 기다릴 것"이라며 "싸움을 하고 싶지 않지만, 군이 그걸 원한다면 피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다른 집회 참가자 아불 아드리스(32)는 "어제도 폭도들이 집회를 방해하려고 이곳으로 진입을 시도했다"며 "누구라도 우리를 방해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말했다.

사수대 뒤편에는 라바 광장을 출입하려는 모든 이들을 쉽게 감시할 수 있는 임시 검문소가 마련돼 있다.

광장 안쪽으로 진입하는 통로와 바깥으로 나가는 통로는 분리돼 있다.

무르시 지지 집회 장소에 도달하려면 사수대 2곳을 거쳐야 하고 현지 신분증이나 여권을 제출해 신원을 확인받아야지만 가능했다.

이집트 군인들은 전날부터 라바 광장으로부터 약 1km 떨어진 지점에 장갑차 수십 대를 배치한 채 무르시 지지자들과 대치 중이다.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gogo21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