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지 추측 무성…필리핀, 프랑스에 북한까지 거론

미국 정보기관의 개인정보 수집을 폭로한 중앙정보국(CIA) 전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29)의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그는 지난 10일 묵고 있던 홍콩의 호텔에서 체크아웃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후 '잠적' 상태다.

미국 CNN은 12일 "연방수사국(FBI)이 그를 기소할 준비를 하고 있는 가운데 스노든이 홍콩 거리 속으로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스노든의 폭로를 도왔던 가디언지 기자는 그가 여전히 홍콩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홍콩에서 사라지자 몇몇 홍콩 언론들은 스노든의 행방에 관한 이야기를 톱기사로 다뤘다.

홍콩에서 가장 많이 발매되는 영자 일간 더스탠더드는 "CIA 절도범(snitch), 홍콩에 숨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고, 중국어방송 TVB는 스노든이 과연 망명지로 어디를 선택할 것인가를 관측했다.

매일 850편의 항공기가 뜨는 홍콩을 통해 스노든은 전세계 180개 도시로 떠날 수 있다.

USA투데이는 스노든이 가장 값싸게 선택할 수 있는 곳은 필리핀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매일 25편의 필리핀행 항공기가 뜨고, 이를 통해 필리핀의 2천여개 섬 중 한 곳으로 숨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잡지 슬레이트는 스노든이 범죄인 인도를 피하기 위해서는 프랑스를 선택해야한다고 보도했다.

프랑스가 미국과 범죄인인도조약을 맺고 있긴 하지만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를 받은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 등의 미국 인도를 거부한 전례가 있다는 것이다.

AP통신은 도피 중인 스노든에게는 선택사항이 별로 없다고 지적하면서, 미국과 범죄인도조약을 맺지 않은 나라로 가는 것이 그 중 한가지 방법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스노든이 아시아에서는 중국과 대만,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북한 등을 선택할 수 있고 아시아 외 지역에서는 아이슬란드나 러시아를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공산권 국가를 스노든이 선택할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고 덧붙였다.

앞서 러시아는 스노든이 망명을 신청한다면 수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AP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스노든으로부터 망명 요청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12일 전했다.

스노든이 선택할 수 있는 또 한가지 방법은 홍콩에 머문 채 자신을 정치적 박해 대상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법정에서 자신이 미국으로 송환될 경우 받게 될 잔인하고 굴욕적인 처사를 호소하면서 송환을 피하는 방법이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