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시험 연기…야당 시장, 경찰에 물 공급 거부

터키 반정부 시위가 주택가까지 번지고 연예인도 거리로 나서 범 대중 운동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지난 1일(현지시간) 이스탄불 일부 지역에서 시작된 집 안에서 냄비와 프라이팬 등을 두드리는 시위는 동참하는 가정이 빠르게 늘면서 이스탄불과 수도 앙카라 대부분 지역에서 벌어졌다.

일반 시민의 '냄비와 프라이팬 시위'(pots and pans protest)는 지난해 캐나다와 아르헨티나 등에서 대규모로 열렸던 시위에서도 등장한 바 있다.

이스탄불과 앙카라의 주택가로 퍼진 이 시위는 초기에는 창문 밖으로 두드리거나 베란다에서 소리를 냈지만 3일 밤에는 도로로 나섰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들고 나온 냄비나 프라이팬을 숟가락 등으로 두드리며 거리를 행진했고 뒤따르던 차량들은 경적을 울리며 지지했다.

이들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으며 행진은 자정 가까이 이어졌다.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 휴세닌 첼리크 대변인은 전날 밤 시위로 주민들이 소음에 시달렸다고 비판해 불편한 속내를 비쳤다.

유명 연예인들도 시위대에 속속 참여해 힘을 실어 줬다.

터키 인기 TV드라마에서 주연을 많이 맡은 할리트 에르겐츠는 전날 아내와 손잡고 탁심광장을 찾아 정부는 폭력적 진압을 중단하고 시민의 말에 귀를 기울이라고 촉구했다.

또 메흐메트 균수르와 오잔 귀벤, 세르칸 알투노라크, 데니즈 차크르 등 다른 배우들도 탁심광장에 모여 시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터키 최고의 인기가수인 타르칸은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고자 예정된 콘서트를 연기했다.

이스탄불의 몇몇 대학은 학생들이 시위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말시험을 연기해주기도 했다.

외즈예인대와 보아지치이스탄불공대, 미마르시난대 등 대학교 다수는 경찰의 과잉진압을 비판하고 시험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예디테페대는 모든 시험을 취소했다.

안탈리아시는 경찰의 물대포용 수도 공급을 거절한 사례도 있다.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 출신인 무스타파 아카이든 안탈리아 시장은 화재가 나면 위험한 상황을 가져올 수 있다며 경찰의 요구를 일축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정의개발당 출신 구청장이 있는 케레페즈구로 가서 공원 녹지에 살포하기 위해 저장한 물을 받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준억 특파원 justdus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