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새 정부의 무인기공격 반대입장 고려한 듯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파키스탄 테러조직에 대한 무인기 공격을 언급하면서 공격 대상을 철저히 조사해 확인한 뒤에만 무인기를 사용하겠다고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밝힌 무인기 공격 제한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케리 장관은 26일(현지시간)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한 대학에서 강연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그는 아프리카연합(AU)의 전신 아프리카단결기구(OAU) 창립 50주년 기념식 참석차 에티오피아를 방문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파키스탄 북서부 부족지역에 은신한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 파키스탄탈레반(TTP) 대원들을 상대로 10여 년 전부터 무인기 공격을 하고 있다.

케리 장관은 연설에서 "그동안 파키스탄에서 해온 무인기 공격이 알카에다 척결에 매우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지난해의 경우 무인기 공격횟수가 매우 적었다는 점을 우선 밝히고자 한다"면서 운을 뗐다.

또 "우리가 무인기 공격대상으로 삼는 사람들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확인한 테러리스트들"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당국은 무인기 공격으로 알카에다 및 TTP 지도자들이 사망했다고 주장한다.

그의 발언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23일 워싱턴DC 소재 국방대에서 한 연설에서 알카에다가 패배의 길로 들어섰다면서 무인기 공격을 엄격히 제한하겠다고 밝힌 뒤 공화당 의원들의 비난이 잇따르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케리 장관의 이번 발언은 일단 오바마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최근 치른 파키스탄 총선에서 압승해 연정을 구성중인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N) 총재의 무인기 공격 반대입장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친이슬람 성향의 샤리프 총재는 미국의 대테러전에서 빠지겠다고도 이미 천명한 상태다.

케리 장관은 파키스탄의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슬라마바드를 방문, 무인기 공격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TTP는 집권기간 미국 무인기 공격을 묵인한 페르베즈 무샤라프 전 파키스탄 대통령에게 또 살해위협을 가했다.

에사눌라 에산 TTP 대변인은 26일 자체 웹사이트에 띄운 동영상에서 "사악한 행위를 저지른 사탄을 곧 응징하겠다"고 밝혔다.

1999년 무혈 쿠데타로 당시 총리이던 샤리프를 밀어내고 집권한 무샤라프는 2008년 총선 패배 후 해외 망명길에 올랐다.

4년여만인 지난 3월 귀국, 5월 11일 예정된 총선에 출마하려다가 일부 피소건 때문에 총선 티켓도 확보하지 못하고 가택연금에 처해졌다.

TTP는 무샤라프의 귀국 당시 살해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뉴델리연합뉴스) 유창엽 특파원 yct94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