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후닝(王호<삼水+扈>寧)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 겸 중앙정책연구실 주임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핵심 측근으로 부상했다.

특히 왕 주임이 시 주석의 각종 외교 행사에 빠짐없이 수행하는 모습이 확인되면서 그가 시진핑 시대의 실질적인 외교 사령탑 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왕 주임이 시 주석을 보좌하는 빈도가 매우 잦다는 점에 주목한다.

왕 주임은 시 주석의 러시아 등 4개국 순방에 동행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비롯한 거의 모든 일정에 등장해 시 주석을 보좌했다.

그의 존재감이 두드러지면서 공식적인 외교 사령탑인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국무위원과 왕이(王毅) 외교부장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약해진 분위기다.

왕 주임은 작년 가을 열린 18차 당 대회에서 중앙위원에서 정치국원으로 한 단계 승진하고 나서 최고 지도자들의 각종 외교 행사에 거의 빠짐 없이 나타났다.

지난달 롄잔(連戰) 대만 국민당 명예주석이 방중해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국가주석과 시 총서기를 잇따라 만날 때도 왕 주임은 배석자로 등장했다.

시 주석이 러시아 등 4개국 순방을 앞두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이들 국가 언론과 공동 인터뷰를 할 때도 왕 주임은 시 총서기의 옆자리에서 인터뷰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애초 중국 정가에서는 왕 주임이 새로 신설될 외교 담당 부총리를 맡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실제 이달 열린 전인대 연례회의에서는 외교 부총리직이 신설되지 않았다.

따라서 당의 정책 싱크탱크인 중앙정책연구실의 수장인 왕 주임은 25명의 정치국원 가운데 유일하게 주요 보직을 맡지 못한 인사가 됐다.

'무보직'의 왕 주임이 중요 외교 현장에 빠짐없이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그가 비록 공식적인 외교 분야 사령탑은 아니지만 이에 준하는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왕 주임이 미국 백악관의 국가안보보좌관과 같은 역할을 부여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이럴 경우 시 주석의 최측근인 왕 주임의 발언권이 공식 외교 수장인 양 국무위원보다 더 강력할 수 있다.

신분상으로도 왕 주임은 중국의 집단 지도부를 형성하는 25명의 정치국원 가운데 하나지만 양 국무위원은 200여명의 중앙위원 가운데 한 명에 불과하다.

상하이 태생으로 명문 푸단대 교수를 지낸 왕후닝은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눈에 들어 1995년 중앙정책연구실 팀장으로 발탁되면서 본격적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중앙정책연구실 주임까지 오르는 동안 장쩌민의 '3개 대표 중요사상'과 후진타오의 '과학적 발전관' 등 지도 이념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등 중국 최고 지도부의 핵심 브레인으로 인정받았다.

한편 왕 주임의 발언권이 비단 외교·대외 분야에 한정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실제로 왕 주임은 시 주석이 총서기가 되고 나서 처음 단행한 광둥성 순시를 비롯해 시 주석의 각종 국내 행사에서도 유독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왕 주임이 시 주석의 최근거리에서 각종 국제·국내 문제를 보좌하는 중책을 맡아, 보이지 않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베이징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