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정부의 ‘예산 자동삭감(시퀘스터)’ 조치가 발동될 정도로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가 심각해진 직접적인 이유는 두 가지다. 2001년 ‘9·11테러’ 이후 조지 W 부시 정부가 ‘2개의 전쟁’을 하면서 재정을 고갈시켰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비용을 3조~4조달러로 추산했다. 국가부채는 2001년 9월 말 5조8000억달러에서 2008년 9월 말 10조달러로 급증했다.

그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금융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다. 그 결과 지난 4년 동안 매년 1조달러 이상의 재정적자를 봤다. 국가부채는 작년 말 법정상한선인 16조4000억달러에 도달해 의회는 오는 5월18일(부채상한 적용유예 시한)까지 상한선을 높이는 협상을 해야 한다.

더욱 큰 문제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복지 지출이다. 지난해 메디케어(노년층 의료보험), 사회보장연금,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험), 국채이자 등에 쓰인 예산이 1조7000억달러였다. 전체 예산 3조5500억달러의 절반이 넘는다.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늘어나면서 현재 4600만명인 사회보장연금 수령자는 2023년에는 40% 증가하고, 메디케어 수혜자도 덩달아 확대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회보장연금 재원이 2016년 고갈되고 메디케어 재원은 2024년 바닥이 날 예정”이라며 정치권의 최대 현안이 복지프로그램 개혁이라고 지적했다.

공화당이 복지예산을 대폭 줄이지 않으면 재정적자 감축안 마련과 부채한도 확대 등에 동의할 수 없다고 버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정치적 자산인 저소득층과 소수인종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복지예산 축소를 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복지 지출을 조금 줄이되 부유층과 대기업에서 세금을 더 거두는 방식으로 재정적자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공화당은 세금인상은 경제와 일자리 창출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양당은 이렇게 끝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