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애플렉이 주연하고 연출한 영화 ‘아르고’가 작품상을 비롯한 3관왕에 올랐다. ‘링컨’에서 열연한 대니얼 데이루이스는 남자 배우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3회 수상의 쾌거를 이뤘다.

2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시어터에서 열린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르고’는 작품상과 각색상, 편집상을 거머쥐었다. ‘아르고’는 최근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드라마 부문 작품상, 영국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는 등 주요 영화제를 석권했다.

애플렉은 “15년 전 아무 생각 없이 살 때, 이 자리에 설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며 “훌륭한 사람들과 함께 일한 덕분에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감격을 쏟아냈다. 1998년 맷 데이먼과 함께 영화 ‘굿 윌 헌팅’으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은 애플렉은 이제는 배우에서 감독으로 변신해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진가를 인정받고 있다.

1972년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서 출생한 애플렉은 어릴 때부터 아역배우로 활동했다. 그가 유명해진 계기는 1998년 절친한 친구인 데이먼과 함께 각본을 쓴 ‘굿 윌 헌팅’으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은 것. 그는 이후 할리우드 대작에 간간이 얼굴을 비치며 흥행 배우 반열에 올랐다. 블록버스터 영화 ‘아마겟돈’에 브루스 윌리스와 함께 출연했다. 영화는 좋은 평을 받지 못했지만 5억달러 이상 흥행 수익을 기록했다.

그는 잘생긴 외모 덕에 한때 청춘 스타로 군림하며 수많은 여성 팬을 이끌었지만 연기력은 평가절하됐다. 그러나 ‘할리우드랜드’로 베니스영화제 남우상을 받으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기글리’에서 호흡을 맞춘 제니퍼 로페즈와 이별한 후 알코올중독으로 재활시설 신세를 졌다. 하지만 ‘데어 데블’에서 만난 제니퍼 가너와 결혼하면서 안정을 찾기 시작했고, 이후 감독에 도전했다. 그는 감독 데뷔작인 ‘곤 베이비 곤’과 ‘타운’에 이어 세 번째 연출작으로 오스카 작품상을 품에 안았다.

감독상은 호랑이와 여행하면서 인생의 의미를 깨닫는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의 대만 출신 리안 감독에게 돌아갔다. 리 감독은 ‘브로크백 마운틴’에 이어 두 번째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았다. 할리우드에 진출한 아시아계 감독으로는 가장 성공한 경우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촬영상, 시각효과상, 음악상 등도 받아 4관왕에 올랐다.

노예제를 폐지한 링컨의 강력한 리더십을 연기한 대니얼 데이루이스는 ‘데어 윌비 블러드’ ‘나의 왼발’에 이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세 차례나 받은 주인공이 됐다. 남자 배우 중 세 번이나 남우주연상을 받기는 처음이다. 데이루이스는 “이런 일이 일어날까 기대하지 않았는데, 나는 기대한 것보다 운이 좋은 사람”이라며 “내가 링컨 역을 맡도록 설득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16년 전 이상한 남자를 만나 훌륭한 반려자로 지금까지 곁을 지킨 아내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리겠다”고 말했다.

여우주연상은 힐링무비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의 제니퍼 로렌스가 차지했다. 국내외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레미제라블’은 여우조연상(앤 해서웨이)과 분장상, 음향상 등 3관왕을 차지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아르고’는 어떤 영화 CIA의 기상천외한 인질 구출 작전

‘아르고’는 미국 역사에 실존한 CIA의 기상천외한 인질 구출 작전을 그렸다. 1979년 이란에서 미국에 대한 증오가 불길처럼 치솟고 미국의 지원을 받던 왕의 독재가 민중 혁명으로 종말을 맞게 되면서 이란 군중은 주이란 미국 대사관에 쳐들어가 직원 60여명을 납치한다. 직원 중 6명은 탈출해 인근 캐나다 대사관저에 숨는다.

미국에서는 이들을 구하기 위한 다양한 작전을 논의한다. CIA의 구출 전문요원 ‘토니 멘데스(벤 애플렉 분)’의 아이디어로 기상천외한 작전을 꾸미게 된다. ‘아르고’라는 제목의 가짜 SF영화를 제작하는 것처럼 짜고 인질들을 이란에 촬영 장소를 알아보러 간 영화 스태프로 위장해 빼내오는 것이다. CIA는 실제로 할리우드 제작자들과 팀을 구성해 가짜 시나리오를 사고 인질들이 영화 스태프처럼 연기하도록 훈련시킨다.

국가기밀 정보로 오랫동안 봉인돼 있던 이 작전은 30년 만에 영화 ‘아르고’로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이 영화는 각본과 연출, 편집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으로 탄탄한 짜임새로 호평받았다. 특히 영화 후반부에 실제 작전이 실행되고 인질들이 비행기에 탈 수 있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놓인 순간은 손에 땀을 쥐게 할 만큼 긴박감 넘치게 연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