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제네바 합의 불이행" 클린턴 비판에 러' 외교부 발끈

러시아와 미국 외교 당국이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시리아 사태 해결방안을 두고 가시 돋힌 설전을 벌였다.

알렉산드르 루카셰비치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31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의 발언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클린턴 국무장관이 앞서 자국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시리아 사태와 관련한 제네바 '행동그룹' 회의 합의를 이행하려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데 대한 반박이었다.

루카셰비치 대변인은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미국 파트너들이 공개 발언에서 시리아와 관련한 러시아의 입장을 자주 왜곡하거나 때론 전혀 잘못 해석하는 경우를 이미 여러 차례 지적해 왔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는 이번 클린턴 장관 발언의 경우에도 해당한다"며 "클린턴의 발언은 모든 것을 거꾸로 뒤집어 놓으려는 시도로 밖에 규정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루카셰비치는 그러면서 스스로를 증명하는 사실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지난해 6월 말 제네바에서 '행동그룹' 회의 합의문이 채택된 뒤 이를 유엔 안보리에서 승인받자고 제안하고 이 절차 논의를 위해 뉴욕에서 행동그룹 회의 실무 대표 모임을 갖자고 제안한 나라가 바로 러시아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같은 러시아의 제안은 서방 파트너, 특히 미국 측의 강한 반발로 무산됐다며 누가 제네바 합의 이행에 장애물을 설치했는지를 물어보면 답은 명확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루카셰비치는 그러면서 러시아는 지금도 시리아 유혈사태 종식과 타협적 해결책 모색을 위해 시급한 집단 행보를 취해야 한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외무장관들과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터키ㆍ쿠웨이트ㆍ카타르ㆍ이라크 등 중동지역 국가 외무장관 등은 지난해 6월 30일 제네바에서 시리아 문제 해결을 위한 '행동그룹' 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행동 그룹은 이 회의에서 시리아 정부와 야권 인사들이 함께 참여하는 과도 거국정부 구성에 합의하고 이를 시리아 측에 제안했으나 시리아 정부와 야권 모두로부터 외면당했다.

외부 참가국들도 합의문 내용을 두고 서로 엇갈린 해석을 하는 등 이견이 불거져 합의 이행은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한편 루카셰비치는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말리 정부군과 보안군을 지원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는 "러시아는 양자 관계에서 아프리카의 우호국(말리)이 정부군과 보안군의 군사력을 강화하는 것을 지원하고 인도주의적 도움을 주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같은 지원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 1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이례적으로 프랑스의 말리 반군 군사공격을 유엔 결의와 국제법에 부합하는 합법적인 행동이라고 지지한 바 있다.

프랑스는 지난 11일부터 말리에서 이슬람 반군이 장악한 북부 지역에 대한 공습을 개시하며 정부군을 도와 내전에 개입했다.

말리에선 현재 3천명 이상의 프랑스 지상군이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말리를 포함한 15개 서부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협력체인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 회원국 군인들도 반군 격퇴 작전에 참가하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