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9시(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워싱턴컨벤션센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2기 취임을 축하하는 무도회에 군인 가족들이 초대됐다. 턱시도 차림의 오바마 대통령은 이들의 노고를 격려하는 짤막한 연설을 한 뒤 “내 최고의 동반자”라며 부인인 미셸 오바마를 소개했다. 부부는 흑인 가수 제니퍼 허드슨이 부른 ‘우리 함께 있어요(Let’s stay together)’라는 노래에 맞춰 블루스를 췄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취임 연설을 통해 ‘평등과 기회균등’ ‘중산층 복원’ 등을 강조하면서 이를 위해 국민 통합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거치면서 보수와 진보 진영 간 분열과 반목이 심화됐다는 점을 의식한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자신의 정책에 사사건건 반기를 들고 있는 공화당을 겨냥한 포석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민 통합은 자신의 정치철학을 강하게 밀어붙이기 위한 명분”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오바마는 취임사에서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미국 독립선언서 구절을 인용하면서 “삶과 자유와 행복 추구권은 천부적으로 주어졌지만 이를 지켜나가는 것은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의 아내와 어머니, 딸들이 노력에 맞는 평등한 월급을 얻을 때까지, 동성애 형제·자매들이 법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같은 대접을 받을 때까지, 이민자들이 환영받을 때까지 우리의 여정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팔을 치켜들었다.

오바마는 중산층 복원을 위한 정부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소수만 잘 살고 다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성공하지 못한다”며 “미국의 번영은 중산층에 달렸다”고 했다. 이어 “메디케어(노인 의료보험)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험) 사회보장연금 등은 미국을 병들게 하는 게 아니라 강하게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화당이 주장하고 있는 복지예산 대폭 삭감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공화당과의 대립, 그에 따른 정치적 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는 2014년 말 중간선거 이후 레임덕에 부닥친다.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1기 임기 때 실패했던 기후변화 방지 법안을 취임사에서 거론한 것에서도 오바마의 2기 국정운영 전략을 읽을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가 동성애자 권리와 기후변화 정책의 변화를 언급함으로써 경쟁세력에 대통령의 권위를 내세우며 1기 취임식 때보다 자신의 색채를 분명히 했다”고 논평했다.

오바마는 이날 15분 동안 2100여개의 단어로 이뤄진 취임사를 통해 미국 헌법 서두에 나오는 “우리 국민은(We the People)”이라는 대목을 반복했다. 미국의 건국 가치와 ‘아메리칸 드림’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아울러 “미국은 전 세계와 강력한 동맹을 공고히 해나갈 것”이라며 “지구촌 구석구석의 강력한 동맹에서 닻의 역할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화와 동맹의 가치를 토대로 ‘끝없는 전쟁’을 배격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음달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발표하는 연두교서를 통해 4년간 추진할 세부 정책을 밝힐 예정이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