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팀 백인 남성 독차지…여성·소수인종 뒷전

'무지개 내각'으로 불렸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2기 행정부가 다시 예전의 '백인 남성 내각'으로 되돌아간다는 평가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지명된 국무·국방장관 및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 외교·안보 라인은 이미 모두 백인 남성이 차지했고 재무·에너지 등 경제팀과 백악관 비서실장 등의 후임 하마평에도 여성이나 소수민족은 별로 거론되지 않고 있다.

여성과 소수인종 출신 각료가 절반을 넘었던 1기 내각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8일(현지시간) 미국 언론 등에 따르면 2009년 오바마 대통령 취임 당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등 여성 장관(급)이 7명이었고 흑인 및 아시아계 등 소수인종 출신은 9명에 달했다.

소수인종 출신의 각료는 에릭 홀더 법무장관 등 흑인 4명, 에릭 신세키 보훈장관 등 아시아계 3명, 힐다 솔리스 노동장관 등 히스패닉계 2명이었다.

워싱턴 정치를 쥐락펴락해온 백인 남성 각료는 8명에 그쳤다.

빌 클린턴 행정부 첫 내각은 여성 5명, 소수인종 6명이었고 조지 W 부시 행정부 첫 내각은 여성 4명, 소수인종 5명이었다.

뉴욕대학의 파울 라이트 교수는 당시 "오바마 내각은 여성과 소수인종이 다수를 이루는 무지개 내각으로, 백인 남성 각료가 오히려 소수가 될 정도"라고 평가했다.

반면 이달 말 출범할 2기 내각은 이미 존 케리 국무장관, 척 헤이글 국방장관 등 핵심 요직을 백인 남성이 차지했다.

흑인인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공화당의 반발로 국무장관 후보에서 스스로 물러났고 첫 여성 국방장관으로 거론됐던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차관도 지명되지 못했다.

국무·국방과 함께 핵심 요직으로 꼽히는 재무장관 후보도 제이콥 류 백악관 비서실장, 라엘 브레이너드 재무부 국제 담당 차관 등 백인 남성이 주류다.

중국계인 스티븐 추 에너지장관과 흑인인 론 커크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이을 후보군도 백인 남성이 채우고 있다.

기껏해야 구색 맞추기로 백악관 비서실장에 여러 백인 남성과 함께 낸시-앤 드팔 정책 담당 차장이나 앨리사 매스트로모나코 운영 담당 차장의 승진이 거론되는 정도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이 전날 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내각 구성원을 뽑는데 획일적 기준은 없으며 다양한 그룹의 후보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다양성이 크게 후퇴했다는 지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밋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와 비교해 소수인종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으며 여성 표의 55%를 쓸어담았다.

오바마 1기 내각의 면면을 칭찬했던 라이트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2기 내각은 1기는 물론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보다 다양성 면에서 떨어질지 모른다"고 분석했다.

미국 최대 여성 운동 단체인 전미여성기구(NOW) 테리 오닐 회장도 "지금까지의 오바마 대통령 선택은 매우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강의영 특파원 key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