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미사일군 출신 예브세예프 "1960년대 소련 미사일 수준"
"500kg 핵탄두 싣고 1만km 이상 비행해 美본토 타격은 지나친 과장"

북한이 '광명성 3호' 위성을 탑재한 '은하 3호' 로켓 발사에 성공했지만 북한의 로켓 기술은 아직 장거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만들 정도의 수준에선 크게 떨어져 있다고 러시아의 군사 전문가가 13일(현지시간) 밝혔다.

현지 미사일 분야 최고 전문가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블라디미르 예브세예프 '사회정치연구센터' 소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로켓 기술은 아직 1960년대 소련 미사일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북한이 핵탄두를 실어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장거리 미사일 기술을 갖췄다는 주장은 지나친 과장"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01년까지 ICBM을 다루는 전략미사일군 대령으로 근무하다 예편한 뒤 민간 군사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예브세예프 소장은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은하 3호 로켓은 군사용으로 개발한 대포동 2호 미사일의 민간 버전"이라며 "대포동 2호의 사거리는 3천500km~4천km 정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통상 ICBM의 사거리로 인정받는 5천500km 보다 크게 짧다는 설명이었다.

게다가 "북한이 개발한 미사일은 비행 정확도가 떨어져 효율적인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며 "정확도 면에서 볼 때 1960년대 소련 미사일 수준 정도라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예브세예프 소장은 "런던 소재 국제전략연구소(International Institute for Strategic Studies)에 따르면 은하 3호의 1단은 노동1호 미사일 4개를 조합한 것이고, 2단은 무수단(노동B) 미사일, 3단은 이란제 사피르 미사일을 이용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 가운데 2단 무수단 미사일을 제작하는데 옛 소련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R-27(나토명 SS-N-6 Serb)'의 기술이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예브세예프는 "북한은 1990년대 초반 러시아 우랄 산맥 인근의 SLBM 전문 설계소 '유즈노예'가 제작한 R-27 미사일의 기술과 설계도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R-27의 일부 부품도 북한에 전달됐을 수 있으나 SLBM 미사일의 수명이 10년이기 때문에 이 부품을 로켓에 그대로 이용할 수 있는 시기는 지났고 북한이 관련 기술을 응용해 무수단을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아직 은하 3호 발사 이후 미국, 일본, 한국 등의 정보기관들이 파악한 여러 비행 정보들을 모두 접하진 못했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정보들을 근거로 판단할 때 은하 3호가 최소 500kg이 넘는 핵탄두를 싣고 1만km 이상을 비행할 정도의 기술 수준에 도달했다고 말하는 것은 공포를 조장하는 과장된 행동"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아직 북한은 500kg~1천kg 정도로 핵탄두를 소형화하는 기술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다"며 "파키스탄이 핵실험을 하고 핵탄두를 만들기까지 10년이 걸렸는데 북한이 이보다 훨씬 단축된 시간에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예브세예프는 그럼에도 북한이 계속 로켓 발사 실험에 나서는 이유는 실제 제대로 된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해 미국 등을 위협하려는 것이라기보다 서방과의 협상에서 카드로 이용하고 내부적으로 정권 안정화를 위한 정치 선전용으로 이용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런 의미에서 은하 3호 발사 성공은 김정은 정권의 안정화에 큰 기여를 한 셈이라고 그는 평가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