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최대 정치적 위기에 몰렸다. 법원 판결보다 대통령의 명령을 우선시하는 이른바 ‘파라오 헌법’ 개정안에 반발하는 시위대의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고 있는 데다 언론, 학계까지 개정안 반대에 가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AFP통신은 4일(현지시간) 카이로 대통령궁 앞에서 헌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시위대 약 10만명이 화염병을 던지는 등 과격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이날 시위는 지난달 22일 무르시 대통령이 헌법 개정 방침을 발표한 이후 최대 규모다.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을 축출한 재스민 혁명의 주도 세력인 4·6청년운동 등 민주 진영이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 제2의 도시 알렉산드리아에서도 1만명이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곳곳에서 경찰과 충돌해 18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카이로 시위가 거세지자 무르시는 대통령궁 뒷문을 통해 피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통령궁 측은 “대통령이 업무를 끝내고 일상적으로 출입하는 문으로 나간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헌법 개정안에 대한 반발은 이집트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날 자유주의 성향의 알와탄과 알마스리알욤 등 11개 신문사는 헌법 개정초안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신문 발행을 하루 중단했다. 일부 민영 방송사도 하루 동안 방송을 내보내지 않았다. 전날 카이로대 법학과 교수들은 “법을 존중하지 않는 정권 아래에서 법을 가르칠 수 없다”며 파업을 선언했다. 일부 호텔과 식당들도 30분간 소등하는 등 영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