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 마지막날인 지난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앞. 당 간부들과 고위 공무원들이 탄 고급 자동차가 주차장으로 줄지어 들어왔다. 그중 유독 눈에 많이 띄는 차는 창문을 짙게 선팅한 검은색 아우디A6였다. 뉴욕타임스(NYT)는 18일 “중국에서 아우디A6를 탄다는 것은 그가 ‘거물(big shot)’임을 상징한다”고 보도했다. 아우디가 중국 자동차 시장의 큰손인 고위 관료들을 상대로 맞춤형 전략을 편 덕이란 분석이다. 후진타오 (胡錦濤) 국가 주석과 시진핑(習近平) 당 총서기가 국산 자동차인 ‘훙치(紅旗)’를 타는 것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거물들이 타는 차

中 당대회 주차장, 검정 아우디A6가 점령
지난해 중국에서 아우디A6는 11만5000여대가 팔렸다. 전 세계 판매량의 절반이자 미국 판매량의 두 배다. A4 A8 등을 포함한 아우디 전체 중국 판매량은 31만3000여대에 달했다. BMW(23만5923대)나 벤츠(20만5850대)보다 훨씬 많다. 리서치업체 LNC오토모티브는 “올해 중국에서 팔린 아우디의 20%는 중국 정부 관료와 지방정부 관계자가 사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아우디가 중국 고위 관료들을 타깃으로 펼친 ‘관용차 수요 공략’이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다. 아우디는 뒷자리 길이를 10㎝ 넓힌 긴 버전의 세단을 2000년 외국차 업체 중 처음으로 도입했다. 뒷자리에 주로 앉는 고위 인사들을 공략하기 위해 중국에서 생산하는 차에만 이 사양을 적용했다. 정부 관계자에겐 특별할인을 해주는 등 공격적 마케팅도 펼쳤다. ‘고위 관료층이 타는 차’로 인식되면 중국에서 고급 차종으로 이미지를 굳힐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아우디는 160억달러 규모인 중국 관용차 시장의 32%를 점유하고 있다. 경쟁 업체인 BMW와 벤츠 점유율은 각각 21%다. NYT는 “중국에서 아우디는 점잖은 고위 관료를, BMW는 도시의 젊은 졸부를, 벤츠는 은퇴한 지방 부호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라고 전했다.

中 당대회 주차장, 검정 아우디A6가 점령
아우디A6 가격이 38만3000위안(약 6800만원)으로 경쟁 차종인 BMW5시리즈(42만8000위안·약 7500만원)보다 싸다는 점도 고위 관료들이 선호하는 이유로 꼽힌다. 지나치게 비싼 차를 관용차로 사용하면 대중들의 반감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인들 사이에서 BMW가 ‘거만한 졸부들이 타는 차’라는 인식이 굳어진 것도 아우디에는 호재였다.

그러나 최근 아우디A6를 타는 고위 관료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아우디에도 ‘부패’ 이미지가 스며들기 시작했다고 NYT는 지적했다. 아우디A6가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갓길로 달리거나 도로에서 관용차들만 울릴 수 있는 사이렌을 울려 빈축을 사고 있다는 것.

NYT는 “검은색 아우디A6가 최근 당 관료 부패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관료들의 부패에 대한 중국인들의 혐오감이 강해지자 중국 정부는 올해 초 일부 정부 관료가 살 수 있는 차량의 가격과 배기량을 정해 아우디A6 구입을 제한하기도 했다.

○국산 훙치의 부활

마오쩌둥(毛澤東) 전 국가 주석의 전용차로 유명했던 훙치가 부활하면 아우디가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영 이치(一汽)자동차 그룹이 2010년 판매 부진으로 생산을 중단했던 훙치를 내년부터 다시 생산하기 때문이다. 훙치는 국가 주석이 중요한 국가적인 행사나 열병식이 있을 때마다 타고 나와 관심을 모았던 차량이다. 후 주석도 2009년 중국 건국 60주년 기념 군사 퍼레이드에서 훙치를 타고 국민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있다. 시 총서기의 차량도 6000㏄급 최고급 승용차 ‘훙치HQE’다. 가격은 300만위안(약 5억2000만원) 정도로 알려졌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