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재선 위해 은폐", "벵가지 증언 차단" '음모론'도 무성
퍼트레이어스 '제3의 여성'은 軍관련 30대 "불륜 아니다"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불륜 사건과 관련된 여러 의혹이 증폭되면서 미 의회가 사건 전모에 대한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퍼트레이어스의 불륜 사건을 수사한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번 수사와 관련해 퍼트레이어스의 지난 9일 사임 전까지 미 의회에 사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상원 정보위원장인 다이앤 파인스타인(민주·캘리포니아) 의원은 11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FBI의 사전 보고가 전혀 없었다.

청천벽력(lighting bolt)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파인스타인은 퍼트레이어스가 혼외정사 사실을 인정하고 사임한 지난 9일에야 언론 보도를 통해 이 사건 내용을 접했으며 주중에 진상 조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원들은 FBI가 불륜 사건 수사에 착수한 시기, 의회와 행정부에 사전 보고하지 않은 경위, 불륜 사건으로 인한 국가 안보 침해 여부 등 세 가지 쟁점을 중심으로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특히 공화당 측은 FBI가 불륜 사실을 왜 대통령 선거 이후에서야 상부에 보고해 외부에 공개되게 했는지를 놓고 의혹을 집중 제기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하원 국토안보위원회의 피터 킹 위원장(공화)은 FBI가 수사를 "수 개월 동안 진행했으나 선거 당일까지 퍼트레이어스의 연루 사실을 알아내지 못했다고 말하는 것 같다.

이건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킹 위원장은 나아가 FBI의 조사와 관련해 대선에 불리한 사안을 덮기 위한 백악관의 은폐 공작 징후가 있다며 FBI 수사를 시기별로 샅샅이 분석하겠다고 공언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국토안보 담당 보좌관을 지낸 프랜시스 타운센드도 "백악관이 선거 전에 몰랐다고 믿기 어렵다"며 은폐설을 제기했다.

미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FBI는 수개월 전 퍼트레이어스의 불륜 상대인 폴라 브로드웰로부터 위협성 이메일을 받은 '제3의 여성'의 신고로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FBI가 브로드웰의 이메일을 조사한 결과 퍼트레이어스와 주고받은 은밀한 이메일을 발견했고, 이를 통해 두 사람의 불륜 사실을 파악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영국 데일리 메일은 FBI가 지난 2월부터 브로드웰이 퍼트레이어스의 PC에 접근한 사실을 밝혀내고 수사해왔으며, 두 사람이 책상 아래서 성관계를 가졌다는 언급이 담긴 이메일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또 퍼트레이어스가 사임한 시기를 놓고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퍼트레이어스는 당초 오는 15일 리비아 벵가지 주재 영사관 피습 사건과 관련해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사임으로 증언에 못 나오게 됐다.

이와 관련해 그가 청문회 증언 불과 수일 전에 사임했다는 점에서 불륜 사건이 그의 증언을 막기 위한 연막이라는 의혹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데일리 메일은 전했다.

이에 대해 파인스타인 위원장 등은 퍼트레이어스를 추후 소환해 증언을 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두 사람의 불륜 관계를 통한 국가안보 침해 우려와 관련해 아직까지는 안보 관련 기밀이 누설된 징후는 없다고 파인스타인 위원장은 설명했다.

ABC 방송도 이번 불륜 수사에 정통한 여러 소식통을 인용해 기밀 정보 유출이나 범죄 행위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한편 브로드웰은 방사선과 의사인 남편과 사이에 두 아들을 둔 유부녀라고 ABC 방송은 덧붙였다.

또 브로드웰을 FBI에 신고한 퍼트레이어스의 '제3의 여성'은 질 켈리(37)라고 AP통신이 한 고위 군 간부를 인용해 보도했다.

켈리는 플로리다 주 탬파 소재 미 합동특수전사령부(JSOC)와 맥딜 공군기지에서 공식 직함 없이 무보수로 군과 지역사회 간의 연락 업무를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퍼트레이어스의 한 전 직장 동료는 켈리와 그의 남편이 퍼트레이어스 부부와 오랜 친구 관계로 켈리와 퍼트레이어스 사이에 불륜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켈리는 12일 성명을 통해 "우리 가족은 퍼트레이어스 가족과 5년 이상 친구 관계"라며 자신의 사생활을 보호해달라고 촉구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j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