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 주면 안 놀래키지!(trick or treat!)’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저녁 미국 버지니아주 북부의 매클린시. 주택가 뒷길에는 마녀, 트랜스포머 등으로 변신한 꼬마들이 무리를 지어 집집마다 다니며 문을 두드렸다. 허리케인 샌디 때문에 곳곳의 가로수가 뽑히고 마을 전체가 정전돼 이틀간 추위에 떨었지만 핼러윈 축제를 즐기려는 동심은 변함이 없었다.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는 후보들의 가면도 핼러윈 의상으로 인기를 끈다. 가면 판매량은 대선의 판세를 읽는 가늠자 역할을 해왔다. 미 전역에 1000개 이상의 점포를 둔 핼러윈 의상전문 업체 스피릿핼러윈에 따르면 후보들의 얼굴이 찍힌 가면 판매량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가면이 63%로 공화당의 미트 롬니 후보 가면(37%)보다 훨씬 많이 팔렸다.

이 업체는 최근 네 차례 대선에서 가면 판매량을 근거로 대선 결과를 예측해 모두 적중시켰다. 이번에도 ‘핼러윈 가면 지표’가 적중할까. 샌디가 동부지역을 강타한 이후 오바마 쪽으로 기울고 있는 분위기다.

설상가상으로 롬니 러닝메이트로 거론됐던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의 ‘변심’이 롬니를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공화당의 ‘오바마 저격수’ 역할을 해왔던 크리스티 주지사는 지난달 30일 오바마의 허리케인 피해 대응에 찬사를 보냈다.

오바마는 이날 뉴저지로 날아가 크리스티 주지사와 함께 허리케인 피해 현장을 둘러보고 공동 인터뷰를 했다. 크리스티는 “주민들의 고통을 아는 대통령이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부동층의 표심이 오바마로 기울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이날 갤럽이 발표한 ‘대선승자’ 예측조사에서도 오바마가 롬니를 압도했다. 허리케인 상륙 직전인 지난달 27~28일 실시된 조사에서 ‘누가 승리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오바마라고 답한 비율이 54%, 롬니라고 응답한 비율은 32%였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