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8, 9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한국, 중국, 러시아와 적극적으로 대화를 시도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독도 문제와 관련해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카드를 꺼내 들며 강공으로 일관하고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국유화를 실행에 옮기며 중국과도 대립각을 세워온 것과는 동떨어진 모습니다.

영유권 분쟁에 대한 잇단 강공책으로 자칫 '동북아 갈등 조장자'라는 이미지가 굳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눈에 띄는 점은 일관되게 센카쿠 국유화나 독도 문제의 국제사법재판소 제소가 영토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강조한 점이다.

노다 총리는 8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 "(독도 문제를) 법에 근거해 냉정하고 공정하고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클린턴 장관이 한일간 갈등 확대를 우려하자 국제사법재판소 제소가 공정하고 평화적인 해결책이기라도 한 것처럼 포장하고 일본은 갈등을 키우려는 의도가 없다고 강조한 것이다.

노다 총리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이명박 대통령과도 비공식 회동을 적극적으로 시도했다.

APEC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9일에는 후진타오 주석과 15분간 비공식 회담을 했다.

중국이 일본 측의 양자 회담 제의에 난색을 표명한 가운데 성사된 만남이다.

후진타오 주석은 노다 총리에게 표정을 굳힌 채 "일본의 댜오위다오 국유화는 불법이고 무효이며 중국 정부는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밝혔지만 노다 총리는 국유화 목적이 갈등 확대가 아니라 평화적인 관리에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에게 먼저 말을 건 쪽도 노다 총리였다.

노다 총리는 8일 이 대통령에게 악수를 청한 데 이어 9일에도 회의장을 나오는 이 대통령에게 다가가 4∼5분 정도 대화를 나눴다.

노다 총리는 이 자리에서 한일간 대북 연계 필요성을 거론하며 "대국적인 관점에서 (한일) 양국간 관계를 구축하자"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와는 쿠릴 4개 섬 반환 교섭의 불씨를 살리려고 애를 썼다.

노다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에서 10월 차관급 협의에 이은 12월 방러 일정에 합의했다.

일본 국내에서 '10월 국회 해산, 11월 총선'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자신이 갈 수 없을지도 모를 외교 일정까지 정한 것이다.

러시아가 실효지배하고 있는 쿠릴 섬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는 교섭을 이어나가려는 일본의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도쿄연합뉴스) 이충원 특파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