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대통령 공보실장..2010년 요코하마 회의 이후 3년째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된 제20회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도 한동안 APEC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주최국 전통의상 착용 촬영이 없을 예정이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대통령 공보실장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8일(현지시간) APEC 정상회의가 다음날 끝난 뒤 정상들이 러시아 전통 의상이 아닌 일반 정장 차림으로 기념 촬영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페스코프는 "정상들이 기념 촬영은 하지만 러시아 전통의상으로 갈아 입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가국 정상들이 주최국 전통의상을 착용하고 찍는 기념사진은 1993년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부터 시작됐다.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APEC 정상들과 검은 가죽 재킷을 맞춰 입고 촬영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 전통의상 촬영은 APEC의 자유롭고 활기찬 회의 분위기를 상징하는 트레이트 마크가 됐다.

2005년 부산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는 조지 W 부시 전(前)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들이 갖가지 색의 한복 두루마기를 입고 기념 촬영을 해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2010년 일본 요코하마 정상회의 때부터 이 전통이 깨졌다.

의장국인 일본은 센카구 열도를 둘러싸고 영토분쟁을 겪던 중국을 배려해 일본 전통의상인 기모노를 착용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APEC 회의 때도 마찬가지였다.

애초 정상들에게 알로하 셔츠와 풀로 치마를 입히길 원했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후 경제 침체로 엄숙해야 할 때인 만큼 알로하 셔츠 기념촬영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올해 APEC 회의를 개최한 러시아도 여전히 세계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 방안들을 논의한 정상회의의 실무적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일반 정장 착용을 택하기로 했다고 페스코프 실장은 설명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