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정책이 좋은 나라를 만든다 / 박동운 지음 / FKI미디어 / 288쪽 / 1만6000원

총선·대선 前 쏟아진 공약, 실현하려면 5년간 340兆 필요…경제정책엔 '票퓰리즘' 주의
좌파·우파 개념 정리부터 남유럽 등 실패 사례 담아…'복지병' 선진국 타산지석으로
[책마을] 복지공약 좋다고 찍기 전, 비실대는 유럽 한번 볼까

[책마을] 복지공약 좋다고 찍기 전, 비실대는 유럽 한번 볼까

올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이 쏟아낸 복지 공약을 실현하려면 한 해 43조~67조원, 5년간 220조~340조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세수를 늘리거나 채권을 팔아 국가부채를 지는 것이다.

조세를 늘리면 국민들의 조세부담률이 현재보다 20~30% 상승한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조세부담률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치솟고 있다. 1993년 23%에서 2008년 33.4%까지 솟구쳤다 2010년 30.9%를 기록했다. 이 기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조세부담률은 37.6%에서 36.9%로 오히려 낮아졌다. 한국의 세수정책은 선진국과 정반대 행로로 질주하고 있는 셈이다.

조세부담률의 상승 속도가 이처럼 빠른 이유는 복지지출 증가 때문이다. 정부의 복지지출이 2007년 61조4000억원에서 2012년 92조6000억원으로 불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 복지지출이 50% 이상 늘어났다. 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국가부채를 진다면 현재의 106%보다 훨씬 높아져 149%인 그리스 꼴이 되고 만다. 이 빚은 20~30대가 20년 후 40~50대가 될 때 폭발하고 말 것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이 미국 정부에 권고했던 것처럼 한국도 균형예산을 명문화한 ‘재정헌법’을 도입해 과다한 재정 지출과 조세 증가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스웨덴은 균형예산을 요구하는 ‘재정준칙’을 이미 도입해 무분별한 정부 지출을 막고 있다.

《좋은 정책이 좋은 나라를 만든다》는 복지포퓰리즘 함정에 빠진, 선거의 해에 읽어야 할 필독서다. 박동운 단국대 상경대 명예교수가 정치인의 공약과 정부의 경제정책이 우리를 어떤 미래로 이끌지 선진국의 선례를 비춰 명쾌하게 제시한다. 국내외 경제 성과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하며 한국경제가 발전할 수 있는 길을 가르쳐준다.

저자는 정책을 수립하는 데 양대 세력인 좌파와 우파의 개념과 역사부터 풀어간다. 우파는 ‘작은 정부 큰 시장’을 지지하는 자유주의를 바탕으로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세력이다. 좌파는 ‘큰 정부, 작은 시장’을 지지하는 사회주의를 바탕으로 공동체의 평등을 강조한다.

유럽 선진국들은 2차대전 이후 좌파 사회주의 정책으로 갔다가 우파 시장경제로 돌아서는 데 30~40년이 걸렸다. 1979년 취임한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이런 흐름의 선구자였다. 복지국가의 롤모델인 스웨덴 등 스칸디나비아 3국도 ‘작은 정부’로 돌아선 지 오래다.

그러나 남유럽 국가들은 과도한 복지 지출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해 국가 파산으로 치달으며 글로벌 경제위기를 초래했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선진국들의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진정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칙과 소신을 갖춘 정치가를 선출해 자유무역을 토대로 경제영토를 확장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제정책에 대중인기 영합주의를 배제해야 하는 이유는 경제란 거대한 패러독스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표심’에 근거한, 잘못된 가격정책이 그것이다. 전월세 상한가, 영세상인을 위한 상가임대차보호법, 대통령이 나선 휘발유값 내리기 등이 또 다른 피해를 초래한 사례를 설명한다.

소득불평등을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부자 증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적다고 지적한다. 일찍이 프리드먼은 소득불평등 해소를 위해 누진소득세가 이론적으로는 도움이 되지만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단일세를 주장했다. 누진소득세는 탈세를 유발하고 조세회피를 조장한다는 이유에서다.

옛 소련이 붕괴된 후 독립한 에스토니아, 우크라이나 등 10개국은 단일세를 도입해 성과를 거뒀다. 10개국의 단일세 세율은 평균 20% 정도다. 옛 소련 독립국가들이 소득재분배 효과가 없는 단일세를 택한 이유는 해외자본 유치를 통한 경제활성화에 있었다.

1994년 동유럽 최초로 단일세를 도입한 에스토니아는 2010년 1인당 국민소득이 1만3431달러로 옛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 중 체코(1만7570달러) 다음으로 높다. 러시아도 시장경제 국가로 전환한 뒤 처음에는 누진소득세를 도입했다가 2001년 세율 13%의 단일세로 돌아선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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