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악화ㆍ선거구 재획정 등으로 낙선 가능성

미국 의회에서 대표적 `지한파'로 꼽히는 찰스 랭글(민주ㆍ뉴욕) 하원의원이 `퇴출 위기'에 몰렸다.

다음달 뉴욕주(州) 하원의원 후보 선출을 위한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앞두고 과거 윤리규정 위반이 다시 불거지고 있는데다 건강악화와 선거구 재획정 등 악재가 겹쳐 낙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랭글 의원에게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고령'이다.

지난 1971년 연방 하원의원에 처음 당선된 이후 무려 21선(選)의 기록을 갖고 있는 그는 올해 81세다.

최대 경쟁자로 부상한 57세의 애드리아노 에스파이아트 뉴욕주 상원의원은 "랭글 의원은 1970년대부터 여기에 있었다"면서 "(메이저리그 야구팀) 뉴욕 메츠가 우승한 다음해,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시절, 인간에 달에 처음 착륙했을 때였다"며 랭글 의원의 나이를 부각시키고 있다.

더욱이 최근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무려 3개월이나 의회를 비우면서 선거운동이 사실상 어려운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우렁찬 목소리가 사라진 것은 물론이고 의회에서 보행보조기를 이용해 걷고 있는데다 한 유세장에서는 의자에 앉을 때 도움을 받는 모습까지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최근 선거구 재획정으로 흑인이 아닌 라틴계가 유권자의 다수를 차지하게 된 것도 뉴욕 할렘 지역의 흑인 빈민계층을 대변하던 랭글 의원으로서는 큰 부담이다.

이런 `기회'를 틈타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에스파이아트 주 상원의원이 급부상하고 있고 클라이드 윌리엄스, 조이스 존슨 등 민주당의 젊은 흑인 주자들도 랭글 의원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이에 맞서 랭글 의원은 최근 라틴계인 루벤 디아즈 브롱크스 구청장 등의 지지선언을 이끌어내는 등 22선을 위한 총력전에 나섰으나 이번에는 당선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미국 의회전문매체 `더 힐(The Hill)'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랭글 의원은 또 뉴욕의 흑인 유권자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선거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총선을 앞두고 윤리규정 위반으로 징계를 받았을 때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에게 `정계 퇴진'을 요구했지만 그는 최근 선거홍보물에서 "나는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이 나라의 전진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 다급한 현실인식을 반영했다.

한국전 참전용사인 랭글 의원은 최근 `한국전 참전용사의 해(Year of the Korean War veteran)' 지정 결의안을 발의하는 등 한국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워싱턴연합뉴스) 이승관 특파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