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및 모바일 기기를 통한 콘텐츠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콘텐츠 제작, 유통, 기기 제조 등 과거에는 명확히 구분됐던 가치사슬 내 영역 파괴에 속도가 붙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애플이 미국 5대 대형 영화사와 영화콘텐츠 사용에 합의해 계약이 성사 단계에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라이언스게이트엔터테인먼트, 소니픽처스, 월트디즈니, 파라마운트, 워너브러더스 등 5개 영화사와 애플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이클라우드’를 통해 한번 구매한 영화를 아이패드, 맥 등 다른 애플 기기로도 볼 수 있도록 합의했다.

WSJ는 케이블 영화채널 HBO와의 독점 계약 문제로 지연됐던 유니버설픽처스, 20세기폭스와 애플의 합의도 임박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되면 애플 기기 사용자들은 음악, TV 프로그램, 영화 등 대부분의 콘텐츠를 한번 구매한 후 자신이 보유한 모든 애플 기기를 통해 볼 수 있게 된다. 온라인 음악스토어 ‘아이튠즈’로 콘텐츠 유통시장에 진입한 애플이 ‘아이클라우드’를 통해 콘텐츠 생태계를 완성해가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제조업체 인텔도 콘텐츠 유통사업에 나섰다. WSJ는 이날 인텔이 인터넷 기반 방송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케이블TV와 같은 유료 방송을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이를 위해 인텔은 최근 수개월간 미디어 기업들과 접촉하며 사업 계획을 홍보하고 콘텐츠 수급 비용 등을 조사해왔다. 소비자와 직접 접촉하는 콘텐츠 산업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폴 오텔리니 인텔 최고경영자(CEO)의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유튜브, 넷플릭스, 아마존 등 온라인 콘텐츠 유통업체들은 직접 콘텐츠 제작에 나섰다. 자체 콘텐츠가 없는 유통사업으로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아마추어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는 전문적인 콘텐츠를 제작, 유통하기 위해 100여개 온라인 채널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이미 자체 제작한 콘텐츠를 방영하고 있고 아마존은 영화와 방송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전문 인력 확충에 나섰다.

과거 수직계열화를 통해 콘텐츠 사업을 장악했던 할리우드는 실리콘밸리에 사업 주도권을 빼앗길 것을 우려해 자체적인 온라인 유통망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NBC와 폭스가 합작해 설립한 동영상 사이트 ‘훌루’가 대표적이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