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장관 "그리스 구조개혁 실행할지 알 수 없다"
독일 정치권, 그리스 회의론 재부상

독일 정부가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증액 논의에 제동을 걸었다.

귀도 베스터벨레 독일 외무장관은 2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회원국 회의에서 "매주 나오는 그리스에 대한 새로운 구제기금 발언들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EU 고위 관리들은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민간채권단의 국채 상각에도 그리스가 부채 감축 목표를 충족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구제금융을 늘리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유로존 정부들과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민간채권단은 지난해 10월 그리스 국채의 50%를 손실처리키로 합의했다.

이는 현재 국내총생산 대비 160%인 그리스 정부부채 비율을 2020년 120%로 낮추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를 맞추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 경제전망이 악화되면서 민간채권단의 손실분담에도 그리스의 부채 감축 목표 충족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부족한 부분 만큼을 구제금융을 늘려서 채워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그리스는 2차 구제금융 1천300억 유로를 제공받기 위해 트로이카(유럽연합·유럽중앙은행·국제통화기금) 팀과 최종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독일은 그리스의 구조개혁 실행 의지에 대해서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베스터벨레 장관은 "우리는 그리스가 약속한 구조개혁을 제대로 실행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로운 부채를 늘리는 것을 쉽게 하는 것으로는 이번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며 구제금융 증액이 모럴헤저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독일 정치권에서는 그리스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독일 집권당인 기독교민주당(CDU) 원내 의장인 폴커 카우더 의원은 슈피겔 등 독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그리스가 `숙제'를 하지 않을 경우 구제금융 제공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카우더 의원은 그리스 문제와 관련, "아무것도 변하는 것이 없다면 우리는 돈을 제공하는 것을 계속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독일 정치권에서는 그리스에 돈을 추가로 제공하느니 그리스를 포기하는 것이 낫다는 정서가 지배적이다.

한편 이날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여부에 관한 질문을 받고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싶지 않다"며 "우리는 낙관적이며, 그리스의 디폴트는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베를린연합뉴스) 박창욱 특파원 pc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