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의 공습작전 성공에 결정적 기여"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무아마르 카다피 군에 대한 공습을 성공적으로 이끄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는 31일 `클린턴 나토의 공습 성공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신뢰를 얻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나토의 대(對) 카다피군 공습작전에서 드러난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역할을 조명했다.

WP에 따르면 나토가 카다피 군대에 대한 공습을 공식적으로 개시하기 3시간 전인 지난 3월 19일 오후 5시45분(현시시각) 4대의 프랑스 라팔 전투기가 리비아 반정부군의 거점인 벵가지를 향해 진격하고 있던 카다피군 탱크들을 공격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출격해 지중해 상공을 건너고 있었다.

프랑스 공군의 선제 공격 시도에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격분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프랑스에 프랑기 공군기들의 이탈리아 공군 기지로의 접근을 차단하겠다고 경고했다.

당시 상황에 정통한 유럽의 한 관리는 "거의 동맹이 깨질 수준까지 갔다"고 말했다.

카다피 군대에 대한 공습 개시를 둘러싼 나토 내부의 갈등을 수습한 사람이 바로 클린턴 장관이었다고 익명을 요구한 이 유럽 관리는 전했다.

카다피가 사살된 현 시점에서 나토군의 카다피 군대 공습작전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오바마 내각의 가장 중요한 멤버인 클린턴 장관의 외교적인 성공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물론 일부 미국 공화당원들은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 장관의 노력을 "막후에서 주도했다"고 비꼬고 있으나, 클린턴 장관이 나토의 공습 작전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을 입증하는 증거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클린턴 장관은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역사의 편에서, 가치의 편에서, 그 지역에 대한 전략적 이해관계라는 측면에서 정책을 펼쳤다"고 카다피 군대를 겨냥한 공습작전의 의미를 설명했다.

물론 클린턴 장관은 리비아 내전 초기에는 서방세계가 리비아 내전에 개입하는데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

리비아 반정부군의 지도자들이 서방세계에 대해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포함한 개입을 요구할 때에도 오바마 행정부 내부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했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도 서방의 군사개입에 반대했다.

클린턴 장관은 3월초 두 차례 유럽을 방문하는 동안 미국은 정치적으로 위험한 군사행동을 취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이 처럼 리비아에 대한 나토의 군사개입에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던 클린턴 장관의 생각이 바뀌게 된데는 3월 12일 아랍권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AL)이 유엔에 리비아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도록 하는 표결을 요구한 것이 발단이 됐다.

클린턴 장관은 다음날 프랑스 파리로 날아갔다.

이곳에서 클린턴 장관은 리비아 반군의 지도부인 국가과도위원회(NTC)의 마무드 지브릴 총리를 처음 만났다.

클린턴 장관은 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고 전투기를 파견하는 것에 대한 아랍국가들의 의중을 떠보기 위해 아랍국가의 외교관들을 접촉했다.

클린턴 장관은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도 만났다.

미 국무부의 한 고위 관리는 "클린턴 장관이 파리로 갈 때 미국이 리비아에서 강력한 행동을 취하는 방안을 지지할지 여부에 대해 백악관으로부터 어떤 지침도 없었다"고 말했다.

클린턴은 파리 방문을 통해 군사개입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한 뒤 3월 15일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화로 다른 나라 관계자들과의 회담 결과를 보고했다.

이 때 클린턴 장관은 군사개입에 대한 `강력한 옹호자'로 변해 있었다고 WP는 전했다.

마침내 유엔 안보리는 3월 17일 리비아에 대한 나토의 군사개입을 승인하는 결의안을 10대 0으로 통과시켰다.

안보리는 반군세력과 무고한 시민에 대한 카다피 군대의 공격을 막아달라는 아랍연맹의 요청에 따라 다국적군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도 좋다는 결의안을 채택한 것이다.

`통합 보호자 작전'이라는 이름의 다국적군의 공습작전에는 18개국이 참여했다.

나토 28개 회원국 가운데는 미국, 프랑스, 영국, 캐나다, 벨기에, 이탈리아, 덴마크, 노르웨이 8개국이 공습에 참여했고 아랍권에서는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가 참여했다.

전투기 2만 6천대가 출격했으며 이 중 9천700건의 공격이 이뤄졌다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