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 구조 실낱 희망..이재민 지낼 텐트 등 부족

규모 7.2의 강진이 터키 동남부를 강타한 지 나흘째인 26일(현지시간) 현재 확인된 사망자 수가 461명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추가로 구조되는 생존자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생존자 구조 희망이 점차 사그라지고 있다.

터키 정부는 엄청난 인명피해의 책임을 부실시공에 돌렸다.

이재민들이 추위를 피할 숙소가 없다고 정부를 질타하는 가운데 터키 정부는 입장을 바꿔 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 사망자 461명… 더 늘어날 듯 = 총리실은 지진이 발생한 지 72시간이 흐른 이날 현재 사망자 수가 461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총리실은 전날까지 사망자 수가 432명, 부상자 수가 1천352명이라고 밝혔다.

이번 강진은 에르지쉬 군(郡)과 반 시(市)를 중심으로 2천262개 건물을 파괴시켰다.

이와 관련해 미국에 있는 재난피해 추정업체인 `에어 월드와이드'는 이번 강진이 반 주(州) 면적의 약 8%에 영향을 미쳤고, 5천 500만 달러에서 1억 7천만 달러의 피해를 가져온 것으로 추산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구조 작업이 계속되고 있으나 추가 생존자 구조 소식은 뜸해지고 있다.

반면 사망자 수는 당분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스탄불의 칸딜리 관측소는 강진 발생 직후 사망자 수가 500명~1천명이 될 수 있다고 추정한 바 있다.

◇ 생존자 구조 실낱같은 희망 = 구조요원들은 이날 오전 건물 더미에 갇혀 있던 대학생 에위프 에르뎀(18) 군을 구해냈다.

소형 카메라가 설치된 긴 막대기를 이용해 그의 위치를 찾았다.

비슷한 시간 27세의 영어 교사(여)도 에르지쉬 군에서 극적으로 구조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진 발생 72시간이 지나면서 생존자 구조 작업은 실낱같은 희망에 매달리고 있다.

구조요원 리자 비르칸은 "지금으로선 생존자가 더 있다는 징후가 없다"며 "사망자 수습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 총리, 부실공사 비난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막대한 인명 피해의 책임을 부실시공과 감독 당국의 무책임 탓으로 돌렸다.

에르도안 총리는 이날 집권 정의개발당(AKP) 모임에서 "건물 잔해들은 부실한 재료가 사용됐음을 보여준다"며 "지방당국자들, 건설업체들, 감독자 등의 무책임이 살인을 불렀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는 공무원 3천 755명, 비정부기구(NGO) 회원 422명, 수색·구조용 차량 595대, 의료진 860명 등이 현장에 투입돼 있다면서 정부 대응이 부실했다는 야당의 비난을 반박했다.

또 적신월사가 텐트 1만 5천 379개를 보낸 것을 비롯해 반 주에 이동식 주택 60개, 담요 7만 6천장, 난로 5천 139개 등이 피해지역에 공급됐다고 덧붙였다.

에르도안 총리는 잔해들을 치운 뒤 도시설계계획에 따라 새로운 도시와 마을을 세울 것이라고 약속했다.

◇ 터키, 외국 지원 수용 = 현지 아나돌루 뉴스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외교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 터키 정부가 피해지역 재건을 위해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보도했다.

외교부 관리들은 "수색·구조작업 다음에 이뤄질 재건 단계에서 (이재민이 지낼) 텐트, 이동식 주택 등이 필요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외무장관이 지원 의사를 표명한 40여개 국에 파견된 재외공관장들에게 이런 방침을 전달했고, 이에 일본이 가장 먼저 약 4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통보해왔다.

현지 언론매체들은 피해지역 주민들이 구호물품과 추위를 피할 잠자리 부족 등을 호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3일 강진 이후 지금까지 모두 600여 차례의 여진이 발생했다.

이 중에는 규모 6.0에 달하는 지진도 있어 피해지역 주민들이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