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맨해튼에서 시작된 '월가 점령' 시위가 미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었던 데는 시위대가 직접 거리로 나와 한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공동의 공간'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17일 반(反) 월가 시위대의 거점인 맨해튼 주코티 공원이 이제 사람들이 모여 의견을 교환하는 '폴리스(그리스 고대 국가)'의 축소판이 됐으며, 이는 공동의 공간이 시위 확산의 강력한 원동력임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IHT는 일반적으로 물리적 공간의 정치적 힘이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역사적 기억과 정치적 에너지가 담긴 무대로 사람들의 뇌리에 남는 것은 미국의 켄트 주립대학, 중국 톈안먼(天安門) 광장, 독일 베를린 장벽과 같은 물리적 장소와 건축물이라고 전했다.

또 사람들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뉴 미디어를 애용하면서도 더 큰 감동을 느끼고자 직접 역사적 장소를 방문하는 것도 실질적 공간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신문은 강조했다.

IHT는 올바른 도시의 건전한 시민이라면 얼굴을 맞대고 대화해야 했던 아리스토텔레스 시대의 생각을 빌어, 주코티 공원의 시위대가 같은 공간에 모여 '마이크 발언'을 통해 한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 시위 참가자는 "요즘 사람들은 너무 주위가 분산돼 있고 집중하는 법을 잊어버렸다"면서 "그러나 '마이크 발언'은 다른 이의 의견을 듣고 그 말을 똑같이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더 주의 깊게 듣게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위 참가자는 "더 큰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느낌을 받고 싶어 여기에 왔다"면서 "페이스북은 혼자 하는 것이지만 여기 모인 사람들은 혼자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IHT는 이러한 맥락에서 시위대가 주코티 공원을 점거해 '야영지'로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며, 이렇게 모인 시위대의 메시지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은 다소 핵심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코티 공원은 시위대 각자가 가진 불만이 중첩되는 장소이자 말 그대로 공동의 공간이며, 시위대의 공원 점거는 '월가 점령 시위'를 추진하는 강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bry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