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경제학상 받은 사전트·심스, '시장 중시' 주류 경제학의 화려한 귀환
금리 인상이나 세금 감면이 국내총생산(GDP)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토머스 사전트 미국 뉴욕대 교수와 크리스토퍼 심스 프린스턴대 교수는 이처럼 거시경제의 인과관계를 계량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이론 틀을 개발했다.

두 교수의 핵심이론은 '경제정책과 실물경제는 서로 영향을 미친다'로 요약할 수 있다. 예컨대 정부는 기업의 미래 행동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결정하고,기업도 미래 정책을 염두에 두고 각종 의사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이는 1995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루카스 시카고대 경제학과 교수의 '합리적 기대가설'과 일맥상통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사전트 교수는 합리적 기대가설의 실증적 방법론을 발전시킨 인물로 루카스 교수가 노벨상을 받을 당시 함께 수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고 말했다.

합리적 기대가설은 경제 정책이 현실화되면 합리적 기대를 하는 사람들은 그에 맞게 자신의 기대를 조절하기 때문에 당초 의도했던 정책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이론이다. 시장의 효율성을 신봉하는 주류 경제학계의 대표 이론이다.

이에 따라 이번 노벨 경제학상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공격받던 주류 경제학의 귀환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2008년에는 케인스학파 계열의 폴 크루그먼,2009년에는 무명의 정치학자인 엘리너 오스트롬,지난해에는 노동시장 전문가인 피터 다이아몬드 교수 등이 각각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학계는 시장이 불완전하며 정부의 개입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믿는 케인스학파와 시장의 완전성을 좀 더 믿고 정부 개입에 회의적인 시카고학파로 양분된다"며 "시카고학파의 1세대가 밀튼 프리드먼이라면 다음 세대는 루카스와 사전트 교수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심스 교수는 거시경제학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계량경제모형인 '벡터자기회귀분석(VAR)'으로 유명하다. 1970~1980년대 활발한 연구 활동을 벌였으나 최근 세계 경기 침체에 대응하려는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각종 경제 정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그 업적이 다시 주목받게 됐다.

그가 '재정적 물가 이론'의 원조격이란 점도 노벨상 수상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 이론은 인플레이션은 통화정책에 좌우된다는 기존 이론과 달리 재정정책의 영향도 함께 받는다는 게 핵심이다.

두 사람은 1968년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과정을 같이 마쳤다.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사전트 교수는 한은 금융경제연구원의 자문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두 교수 모두 지난 5월 서울대 경제학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동주최한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노벨 경제학상은 미국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이 제정된 1969년 이후 올해까지 69명의 수상자 가운데 미국은 48명(공동수상 포함)을 배출했다.

주용석/김일규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