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평생 200여편 불과하지만 50여개 언어로 번역

6일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스웨덴 시인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80)는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생소하지만 지난 1990년대부터 노벨상 수상 후보로 끊임없이 거론돼온 스웨덴 '국민시인'이자 북유럽 대표 시인이다.

특히 1996년 폴란드의 비슬라바 쉼보르스카 이후 시인 수상자가 배출된 적이 없어 올해에는 어느 때보다 시인 출신 노벨 문학상 수상자 탄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돼 왔다.

트란스트뢰메르는 지난 1931년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언론인인 아버지와 교사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으며,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어머니 밑에서 성장했다.

10대 시절 스웨덴의 소드라 라틴어학교에서 수학하며 시를 쓰기 시작한 그는 1954년 23세의 나이에 시집 '17편의 시'(Seventeen Poems)를 발표하며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스톡홀름 대학교에서 심리학과 문학사, 종교사 등을 공부한 그는 1956년 졸업 이후 모교 부설 연구기관 연구원과 청소년 교정시설 심리학자 등으로 일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에 들어갔다.

북유럽 특유의 자연환경에 대한 깊은 성찰과 명상을 시로 써온 그는 1958년, 여행을 통한 경험을 담은 '여정의 비밀'(Secrets along the way)을 출간한 것을 비롯해 1962년 '미완의 천국'(The Half-Finished Heaven), 1966년 '창문들 그리고 돌들'(Windows and Stones)을 잇따라 펴냈고, 1974년에는 유년시절의 기억을 소재로 한 '발트해'(Baltics)를 출간했다.

1990년에는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반신마비로 대화가 어려울 만큼 건강이 악화됐지만 이후에도 작품활동을 계속 이어갔으며, 2004년에는 시집 '위대한 수수께끼'(The Great Enigma)를 펴냈다.

트란스트뢰메르는 50여년간 단 200여편의 시만을 발표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의 시는 50여개 언어로 번역됐을 만큼 세계적 명성을 누리고 있다.

특히 북미 지역에는 이미 지난 1960년대, 오랜 친구이자 시인인 미국인 로버트 블라이를 통해 소개되면서 큰 주목을 받아 왔다.

한국에서는 이번 노벨문학상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린 시인 고은씨가 책임편집한 '오늘의 세계 시인' 시리즈 중 하나로, 지난 2004년 트란스트뢰메르가 직접 선정한 96편의 시를 담은 '기억이 나를 본다'가 출간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cin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