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를 풀어가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이중잣대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까지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와 다르다며 이중잣대 문제를 거론하고 나섰다. 과거 한국과 인도네시아 등에는 가혹한 구조조정을 강요했던 IMF가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에는 지극히 관대하게 구제금융을 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중성은 태생적으로 유럽국가들이 대주주인 IMF의 지배구조에서 비롯된다고 봐야할 것이다. 공교롭게도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그리스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프랑스 재무장관 출신이다. 게다가 지금같은 조치들은 근본적인 해법이 되지도 못한다.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담보금까지 헐어 4400억 유로를 모두 꺼내 써도 그리스 한 나라의 재정난을 해소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다.

라가르드 IMF 총재까지 나서서 한국과 중국에게 유럽 국채를 사달라고 요청하는 상황이지만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휴지조각이 돼가고 있는 정크본드를 살 수 없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금융위기가 이탈리아 프랑스 등으로 확산되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게 뻔하다. IMF는 1998년 외환위기 때 우리에게 30%를 넘기는 혹독한 고금리와 금융회사의 통폐합, 기업 강제 매각 등 고강도 긴축 처방을 강요했다. 대량실업이 터지고 은행이 팔려가는 등의 무참한 고통을 겪은 것이 바로 엊그제 일이다. 외국자본의 무차별적인 기업 사냥이 시작돼 지금까지 좌파들에게 명분을 주고 있는 것도 그렇다. 연고주의가 어떻다느니 부패가 어떻다느니하는 모욕적 언사를, 위세도 당당한 IMF 대표단이 제멋대로 떠들어댔다. 인종차별로 밖에는 설명할 다른 방법이 없다.

국제공조가 안되는 것도 IMF의 이중성 때문이다. 원칙없는 처방에 국제사회가 동의하지 않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더욱이 유럽 돼지국가들의 위기는 한국처럼 빚을 내서라도 열심히 공장을 돌리자고 했던 일이 아니라 그저 빈둥대며 놀아보자며 촉발된 일이다. 신흥국가들이 IMF의 지분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