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신처에서 압수한 컴퓨터 파일 등 분석 결과
외교관 납치 몸값으로 자금조달 꾀해, CIA 무인항공기 공습에 좌절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지도자인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군에 의해 사살되기전 조직 내부의 밀고자의 증가와 자금난에 시달려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2일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빈 라덴의 은신처인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의 저택에서 압수한 컴퓨터 파일과 각종 문건 등을 정밀 분석한 결과를 인용, 이같이 보도했다.

빈 라덴은 조직내부에서 정보를 유출하는 배신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이에 대처하기 위한 부대를 신설하는 계획을 승인했으나 이 부대의 책임자로부터 "고작 몇천달러의 자금으로 변변찮은 자금 때문에 스파이 색출 작업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불평을 들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부대의 책임자는 밀고자 색출과 도청방지 등을 위한 방법으로 회합과 대외 활동을 제한하는 것과 같은 방법이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라는 견해를 제시했으나 이는 결국 알 카에다의 역량을 위축시킬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미 정보당국은 분석했다.

빈 라덴 스스로도 이메일을 통해 자금난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는데, 지난해 봄에 보낸 메시지에서 외교관들을 납치, 몸값을 받아냄으로써 자금을 조달하는 단체를 만들 것을 지시하기도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메시지는 빈 라덴의 생전에 알 카에다 조직의 서열 3번째 인물인 아티야 아브드 알-라흐만에게 전달됐다.

라흐만이 지난해 빈 라덴에게 보낸 편지에서 미 중앙정보국(CIA)의 무인항공기 공습으로 주요 조직원들이 희생되는데 대해 좌절감을 나타냈다.

라흐만은 이 편지에서 새로운 인물을 대체하자마자 곧바로 CIA의 무인항공기 공격으로 새 인물이 희생되고 있다고 적었다.

빈 라덴의 사망 이후 알 카에다의 새 지도자로 지명된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빈 라덴 생전에 그와 주고받은 서신에서는 두 사람이 알 카에다와 미국과의 대결이 무슬림들 사이에 종교전쟁으로 널리 인식되지 않고 있는 점에 대해 실망감을 나타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한편 미 정보당국은 빈 라덴의 은신처에서 획득한 문건들을 정밀분석하면서 지금까지 400건 이상의 보고서를 작성했으며 이를 통해 일부 테러음모를 사전에 적발하고 몇몇 알 카에다 조직원들을 체포 또는 제거하는 성과를 거뒀다.

워싱턴포스트는 정보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 "빈 라덴의 가장 큰 목표는 미국 본토를 공격하는 것이었다는 점이 획득한 자료를 통해 명백히 드러났다"고 전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