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1월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교체를 앞두고 유력한 두 후보인 왕양 광둥성 서기와 보시라이 충칭시 서기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왕 서기는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권력 기반인 공산주의 청년단 출신인 '단파(團派)'로 후 주석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인물.정치국 상무위원 진입 후보 0순위로 꼽히던 그가 광둥성에서 잇따라 대형 사건이 발생하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최근 농민공 출신의 임신부를 경찰이 폭행하면서 촉발된 광둥성 농민공 시위는 나흘 동안 이어지면서 경찰차가 습격당하는 등 폭력 사태로 비화했다. 작년에는 선전 폭스콘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잇따라 자살,궁지에 몰렸다. 또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광둥어 방송을 금지시키려다가 거센 반발에 밀려 이를 취소하기도 했다.

사건사고는 연이어 발생하고 있지만 뚜렷하게 내세울 업적은 없다는 것이 왕 서기를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전했다. 이에 따라 그는 다음달 '행복광둥'을 표방하는 새로운 지도이념을 밝히며 상무위원 진입을 위한 승부수를 던질 예정이다. 행복광둥은 "인민은 알 권리,참여권,표현권,감독권을 요구하며 공평 정의를 바란다"며 지난해 10월 후 주석이 선전의 특구 지정 30주년 기념식에서 언급한 인민의 4대 민주권리를 구체화하는 방안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왕 서기의 행복광둥 선언은 '전 인민의 홍색이념 공유'를 강조하는 보시라이 서기의 충칭 모델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보 서기는 태자당(혁명원로 자제집단)의 대표 주자다. 그는 2006년 충칭시 서기로 임명된 뒤 부패한 권력층을 도려내 인기가 급상승했다. 최근에는 젊은이들을 공장과 농장에서 의무적으로 일하게 하고,황금시간대에는 혁명 드라마만을 방영토록 하는 등 홍색 캠페인을 벌이며 주목받고 있다. 차기 국가주석에 내정된 시진핑 부주석은 작년과 올초 충칭시를 찾아 보 서기를 격려하는 등 드러내놓고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