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레 대통령 "모든 수단 동원, 스스로를 방어할 것"

33년째 장기 집권 중인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이 미국의 퇴진 권고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권 사수 방침을 재천명했다.

살레 대통령은 13일 수도 사나 대통령궁 인근에서 열린 친정부 집회에 참석, "우리는 모든 힘과 모든 수단을 동원해 스스로를 방어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우리는 범법자들에게 수동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야권에 `불장난'을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수만 명에 이르는 집회 참가자들은 "국민들은 살레를 원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살레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드러냈다.

살레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미국 정부가 그에 대한 조기 퇴진을 권고한 다음날 나온 것이어서 미국의 퇴진 권고를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12일 "미국은 예멘에서 발생하고 있는 최근 유혈사태에 깊은 우려를 지니고 있다"며 걸프협력협의회(GCC)의 퇴진 중재안에 즉각 서명할 것을 살레 대통령에게 촉구했다.

미국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은 지난 2월 예멘 시위사태가 촉발된 이후 살레 대통령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압박으로 간주된다.

미국은 알-카에다 세력 억제를 위한 대 테러리즘에 협조적이었던 살레 대통령에 대해 강도 높은 비난을 자제해 왔다.

이런 가운데 카타르는 예멘 시위사태 해결을 위한 중재 노력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카타르 정부는 예멘 정부와 야권이 GCC의 중재안 서명을 미루고 있는 상황에서 유혈사태가 심화함에 따라 중재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카타르를 포함해 아라비아반도 6개국으로 구성된 GCC는 예멘 시위사태의 장기화가 역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다고 보고 지난달 초부터 예멘 정부와 야권 사이에서 중재를 벌여 왔다.

GCC는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의 사후 처벌 면제를 보장하는 대신, 살레가 중재안에 합의 서명한 뒤 30일 이내에 조기 퇴진하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살레 대통령과 예멘 야권도 GCC의 중재안에 대한 수용 방침을 밝히고 지난 1일 사우디 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합의 서명식을 열 예정이었지만, 서명 하루 전 살레 대통령이 서명을 거부하면서 조기 퇴진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살레 대통령의 조건 없는 즉각 퇴진을 촉구해 왔던 시위대는 카타르의 중재 포기를 환영했다.

시위를 주도해 온 청년단체의 한 간부는 "평화적 시위를 짓밟은 현 정권에 `구명조끼'를 선사하려는 GCC의 중재에 반대한다"며 "GCC의 나머지 회원국들도 중재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살레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는 이날에도 수도 사나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열렸다.

지난 3월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면서 군에서 이탈한 알리 모흐센 알-아흐마르 전(前) 소장은 전날 성명을 통해 "잔혹하고 야만적인 압제를 중단하라"며 명령에 불복종할 것과 시위대를 향한 발포를 중단할 것을 정부군에 촉구했다.

아흐마르 전 소장을 추종하는 부대 병력은 사나의 반정부 시위현장 주변에 배치돼 시위대를 보호했다.

그러나 남부 타이즈 지역에서는 경찰이 시위대에 총을 쏴 3명이 숨졌다고 현지 의료진이 전했다.

예멘 반정부 시위는 석 달째 이어지고 있으며 당국의 강경진압에 의한 사망자는 160여 명에 이르고 있다.

한편, 중부 마리브 지역에서는 알-카에다로 추정되는 무장대원들이 정부군 차량을 폭파시켜 병사 5명을 숨지게 했다고 현지 관리가 전했다.

(두바이연합뉴스) 강종구 특파원 iny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