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균형 발전을 뜻하는 '포용성 발전(inclusive development)'을 주제로 중국 하이난다오(海南島)에서 열린 보아오(博鰲)포럼이 16일 2박3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막을 내렸다.

40여개국에서 모여든 각국 지도자, 고위 관료, 기업인, 학자 등 1천400여명의 참석자들은 '2011년 세계경제 전망', '중국 위안화 전망', '세계 인플레이션', '기로에 선 G20', '자본 이동과 핫머니' 등 국제.지역 경제 문제와 관련한 20여개 소주제를 놓고 의견을 나눴다.

리비아를 비롯한 중동의 정치적 혼란과 일본 대지진 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복기에 있던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는 가운데 올해 보아오포럼은 포용성 발전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옛 위상 회복한 보아오 포럼 = 올해 10회째를 맞은 보아오포럼은 3차 브릭스 정상회의와 시기.장소 등으로 맞물리면서 현직 국가 지도자들이 대거 합류함으로써 다소 약화되는 듯 했던 위상을 출범 초기 수준으로 회복했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강력한 후원을 바탕으로 2002년 아시아 지역의 국가, 기업, 민간단체 사이의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결성된 보아오포럼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에 빗대 '아시아의 다보스포럼'이라는 별칭을 얻으며 크게 주목받았다.

그러나 근래 각국의 현직 정.관계 지도자들의 발걸음이 점차 뜸해지는 등 아시아 최대 국제경제 포럼으로서의 위상이 다소 떨어져 가는 분위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이 공식 개막식에 참여해 기조연설을 했던 작년 포럼 때는 현직 국가 지도자가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올해는 보아오포럼의 격을 높이겠다는 중국의 강력한 노력이 반영된 결과 14일 싼야(三亞)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담에 참석했던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제이콥 주마 남아공 대통령 4개국 정상이 보아오포럼에 참석했다.

이 밖에도 한국의 김황식 총리, 호세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 니콜라이 아자로프 우크라이나 총리, 빌 잉글리시 뉴질랜드 부총리까지 포함하면 올해 포럼에 모습을 드러낸 국가 지도자는 8명이나 된다.

올해 포럼이 개막하기 직전 보아오포럼이 '2011년 아시아 경쟁력 보고서'를 처음 발간해 아시아 주요 국가들과 상장사들의 경쟁력 순위를 매겼던 것도 포럼의 권위와 위상을 강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中 '마이웨이'..서방 비판 목소리도 거세 = 올해 보아오포럼에서 중국은 자국 특색의 '포용성 발전'의 길을 걸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후 주석은 15일 공식 개막식 기조연설에 나서 유독 '아시아의 가치'를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아시아인들은 자신의 우수한 문화적 전통을 발휘하면서 세계의 우수한 문화를 폭넓게 흡수해 발전을 촉진했다"며 "아시아인들은 전 세계에 통일되거나 고정불변하는 발전의 모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중국식 발전 모델에 대한 서구의 회의 섞인 시선과 비판을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는 지적이다.

경제 청사진과 관련해 후 주석은 향후 5년간 경제발전 방식 전환, 서민 생활 개선, 소비수요 확대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12차 5개년 개발계획을 실행에 옮김으로써 중국식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아울러 보아오포럼 기조연설에 나선 기타 정상들은 브릭스 정상회담에 이어 재차 미국과 유럽 중심의 국제 경제.금융시스템의 개혁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서방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호세프 대통령은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을 겨냥해 "일부 선진국이 제기한 양적완화 정책이 많은 나라의 화폐정책에 영향을 주고 식량.에너지 안보 문제까지 초래했다"고 비판했고, 주마 대통령도 "기축통화 발행국이 책임 있는 태도로 거시정책을 취하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서 초청된 인사들은 중국 경제에 대한 비판적인 조언을 하기도 했다.

부시 행정부 시절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헨리 폴슨은 15일 강연에서 "중국이 금융기구를 다양화하는 것이 바른 방향"이라며 금융시장에서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대부분 중국 사람들이 부동산을 유일한 투자 대상으로 여기는 풍조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국 인사 참여는 뜸해 = 김황식 국무총리가 2002년 이한동 전 총리의 참석 이후 처음 보아오포럼에 참여해 기조연설을 한 것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한국 인사들의 발걸음은 뜸한 편이었다.

재계에서는 오랫동안 보아오포럼의 공식 스폰서로 활동하고 있는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언론계에서는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이 참석했다.

아시아는 각국 지도자, 고위 관료, 기업인, 학자 등 1천400여명의 참석자들이 모여든 가운데 20여개의 소주제 행사가 열렸지만 연사 또는 토론자로 참석한 것은 '위기관리에서의 언론의 역할' 토론회에 참석한 홍 회장이 유일했다.

일각에서는 아시아 최대의 국제경제 포럼으로 성장한 보아오포럼에서 한국의 목소리가 너무 작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웃나라 일본만 하더라도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총리가 보아오포럼의 대외 간판인 이사장을 맡고 있고 니시다 아쓰토시(西田厚聰) 도시바 회장, 오카모토 가즈오(岡本和夫) 도요타 부회장 등 다수의 경제인이 참석하는 등 보아오포럼에 적지 않은 공을 들이고 있다는 평이다.

(보아오<중국 하이난성>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setuz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