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앞두고 잡지 에디터에 '한방 날려버리겠다' 위협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과거 자신과 결혼할 예정인 카를라 브루니(43)를 '남성편력이 심한 여자'라고 묘사한 시사잡지의 정치담당 에디터에게 발끈해 "한방 날려버리겠다"고 위협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7일(현지시각)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프랑스 시사잡지 르포엥의 프란츠 올리비에 지스베르 정치담당 에디터는 자신의 신간 '무슈 르 프레지당(미스터 대통령)'에서 이같이 폭로했다.

사건의 발단은 2008년 1월 르포엥에 당시 브루니와 결혼을 앞둔 사르코지 대통령에 주는 24가지 조언 중 하나라며 "당신의 아들들이나 버락 오바마(미국 대통령), 잘생긴 남자에게 새 아내를 소개시키지 말라"라는 내용의 기사가 실리면서부터다.

이 기사가 나간 직후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스베르 에디터에게 전화를 걸어 몇마디 겉치레 인사를 한 뒤 버럭 화를 내면서 "이 기사는 쓰레기라서 당신 얼굴에 한방을 날려버려야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지스베르가 "지금 저를 위협하시는 겁니까"라고 묻자 사르코지는 "당신은 그래도 싸다.

내가 무엇때문에 참는지 모르겠다"고 답했고, 지스베르가 재차 기사에 모욕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하자 사르코지는 "내가 만약 당신 아내를 모든 사람과 잠자리를 같이하고 심지어 당신 아이들과 성관계를 갖고자 하는 매춘부라고 하면 당신도 분명히 발끈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는 것.
그러자 지스베르는 "카를라를 우리 잡지가 매춘부라고 한 적은 결단코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브루니 여사는 사르코지 대통령과 결혼 2년여 전 믹 재거, 에릭 클랩튼, 도널드 트럼프 등 유명 인사들과의 연이은 애정행각으로 소문이 파다했으며, 그녀가 결혼 전 "일부일처제에 대해 쉽게 따분해진다"고 말한 것은 널리 회자되기도 했다.

그녀는 또 저명한 철학자와 사귀다가 그의 아들인 라파엘 앙토방과 사랑에 빠져 철학자를 저버리고 앙토방과 사이에 아들을 두기도 했다.

사르코지는 지스베르에게 "어디 한번 두고 보자"라고 말했는데, 그는 르포엥과 세계최대 경매사인 크리스티의 소유주 프랑수아 피노에게 전화해 지스베르를 해고하도록 압력을 넣었으나 아무 효과가 없었다.

지스베르는 나중에 브루니 여사가 전화를 걸어와 갈등 해결사 역할을 했는데, "그를 용서하세요.

니콜라는 사랑에 빠져있으니 당신이 이해하세요.

그는 사람들이 나에 대해 이같이 써대는 것을 못 참아요"라고 말했다는 것.
올해 62세인 지스베르는 그러나 이후에도 자신이 '소싯적 남학생이나 쓰는 용어'를 몇차례나 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지스베르는 작고한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에서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대통령들에 대해 통렬하면서 정확한 전기를 저술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미테랑이 2차대전 당시 독일 나치에 협력한 비시정권과 은밀한 유착관계를 형성했다는 것을 폭로했으며, 사르코지의 전임자(시라크)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비극'이라는 베스트셀러에서 섹스 중독증에 걸린 '괴물'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에 대해서도 신간에서 '자신에게 도취된 철부지 왕'으로 '미성숙'하며, 휘하 인사나 친구들에게조차 '독선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스베르는 많은 사람이 사르코지 대통령에 대해 교양없다고 평가하는 점을 반박하면서, 최근 대통령이 자신과 만났을 때 라신느에서 모파상에 이르기까지 작가들을 줄줄이 인용해 자신을 놀라게 했다고 말했다.

박학다식한 그는 사르코지의 실수를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존 스타인벡의 소설 '분노의 포도'에 나오는 주인공의 성을 '제드(Jed)'라고 했는데, 사르코지가 곧바로 '아니, 조드(Joad)죠'라고 정정했다면서, "그가 전날 벼락치기 공부로 교양있는 척 하고 나왔으면 바로 내가 간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르코지의 예술적 감각이 있는 부인(브루니 지칭)이 아마도 (사르코지의 교양 계발에) 간여했겠지만, 사르코지 대통령이 결코 무식한 사람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sungj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