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27일 집회 선동글 등장…인권운동가 다수 체포

중국판 '재스민 혁명'을 추진하기 위한 제2차 집회를 열자는 글이 인터넷상에 등장한 가운데 중국 공안당국이 반체제 인사와 인권운동가 등 '요주의 인사들'에 대한 검거와 억류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인권단체가 운영하는 중국어 인터넷사이트인 보쉰(博迅,www.boxun.com)에는 일요일인 오는 27일 '제2차 재스민 혁명 집회'를 갖자는 글이 게시됐다고 홍콩의 명보(明報)가 23일 보도했다.

27일은 중국의 연중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열려 세계인의 시선이 중국으로 쏠리기 직전인 시점이어서 중국 정부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중국판 재스민 혁명을 선동하는 글을 올린 사람은 "우리가 내딛는 발걸음은 비록 크지 않지만 중국의 전제적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거대한 발걸음"이라면서 조만간 2차 집회의 구체적인 장소를 지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글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사람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관얼따이(官二代, 관료의 2세)' 등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용어를 구사하는 점으로 미뤄 청년층일 가능성이 높다고 명보는 분석했다.

그는 "우리는 집단으로 자수해 무관한 사람들이 연루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는 방안을 상의했지만 숫자가 많아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다"며 재스민 시위를 주도한 것이 개인이 아닌 '세력'임을 시사했다.

'발기인'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중국 집권당을 압박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당신이 나타나는 것만으로도 공포를 느낄 것이므로 어떤 행동도 하지 말고 시위 장소에 나타나 어슬렁거리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글이 오른 보쉰닷컴은 23일 오후 6시 현재 해킹 공격을 받아 대체 인터넷 주소를 사용하고 있으나 대체 주소 또한 게시물 열람이 되지 않는 등 원활하게 운영되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일의 1차 집회를 경찰력을 동원해 사실상 원천봉쇄한 데 이어 제2차 집회 예정일을 앞두고 반체제 인사와 인권 운동가들에 대한 검거 및 억류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명보는 전했다.

홍콩에서 활동하는 '중국의 인권과 민주화를 위한 정보센터(中國人權民運信息中心)'에 따르면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에 거주하는 양하이이(梁海怡.여)가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큐큐닷컴을 통해 재스민 혁명 관련 글을 전파했다 국가정권 전복 및 비방 혐의로 체포됐다.

이와 함께 쓰촨(四川)성에서 활동하는 인권운동가 천웨이(陳衛)의 부인이 국가정권 전복 선동죄로, 장쑤(江蘇)성의 인권운동가 화춘후이(華春輝.여)가 국가안전 위해 혐의로 체포되는 등 인권운동가들에 대한 검거 열풍이 불고 있다고 명보는 보도했다.

앞서 지난 20일에는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시에 활동하는 인권 변호사 류스후이(劉士輝)가 재스민 혁명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집을 나서다 4∼5명의 괴한으로부터 습격을 받아 중상을 입고 입원 중이다.

(홍콩연합뉴스) 정재용 특파원 jjy@yna.co.kr